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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첼 Mar 02. 2022

요가를 하는 이유

나라는 우주를 이해한다는 것

[프롤로그] 요가를 하는 이유


나는 몸을 움직이는 것을 좋아한다.

처음에는 요가도 필라테스나 PT와 같은 운동으로 생각했다. 필라테스를 하다가 문득 '요가는 안 해봤으니 해봐야지'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볍게 근력과 유연성을 같이 길러줄 수 있을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Bali, Yoga

처음 들었던 요가 수업은 'Flow Vinyasa'라는 수업이었다. 


빈야사 요가는 어느 요가원을 가든 볼 수 있는 수업이다. 산스크리트어로 'Vin'은 신성한, 특별한 방법이라는 뜻이고,  'Asa'는 to place 어떠한 장소로 라는 뜻이다. 말 그대로 한 동작에서 다른 동작으로 물 흐르듯이 넘어간다. 

대체로 수업 동안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동작들이 특징이고, 모든 동작이 매끄럽게 이어지도록 구성되어 있다. 적당한 템포로 근력과 유산소 운동이 조합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처음 수업을 들으면서 했던 생각은 생각보다 동적인데 어딘가 심심했다. '아 이렇게 운동하면 진짜 살 빠지겠어' 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런데 요가 수업이 끝날 때쯤 무언가 울컥했다. 


나는 슬펐던 상태도 아니었고, 뭔가 문제가 있는 상태도 아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당황했다. 

내 몸을 움직이기만 했는데 누군가 나를 따스하게 안아준 느낌이었다. 그렇게 허둥지둥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하는 듯했다. 


대학을 다니고, 회사를 다니고 나서는 늘 바빴다. 

서울에 와서는 늘 바빴다. 하고 싶은 건 많고 시간은 없고 욕심은 많으니 불안하기도 했다.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항상 마음이 바빴다.  그런데 요가를 하면서 이 번잡한마음이 사그라드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그냥 '아 나 요가를 제대로 해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요가를 시작한다. 그리고 나도 그랬다. 

다이어트, 5kg 감량, 바디 프로필 찍기, 근육 만들기처럼 눈에 확 보이는 목표와 다르게 요가는 인생의 목적이 희미할 때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힘이 있다. 요가를 운동이 아닌 수련이라 부르는 이유가 그런데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요가 수련의 핵심은 문제를 없애거나 해결하는 게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흐름에 녹아들 수 있게 해 준다. 하타요가의 경우, 한 자세에서 깊은 호흡과 함께 오래 머무른다. 

가만히 있는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두려운 일이다. 그래서 내가 계속해서 움직였는지도 모르겠다. 다들 저 앞으로 나아가는데 '나 혼자 도태되는 건 아닐까' 하고 마음이 늘 바빴다. 그런데 요가를 하면서 '지금 이 자리에 발 뻗고 서있는 것 역시 나아가는 것만큼 중요하구나' 하고 느낀다. 그래서 요가를 하다 보면 나라는 우주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도움이 된다.


요가를 하는 이유는 각자 다르겠지만, 모두가 원하는 자신만의 안전한 장소를 찾으면 좋겠다. 

대단한 진리를 깨닫지는 못했지만 나는 이런 이유로 요가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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