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매미> 숀 탠
미국 중서부에는 '17년 매미'가 있다고 한다. 17년동안 땅 속에서 애벌레로 지내다가 성충이 되어 바깥으로 나온 뒤 짝짓기를 하고 한달만에 생을 마감한다. 15년 매미도 있고 7년 매미, 5년 매미도 있다.
5, 7, 15, 17. 오직 '1과 자기 자신으로 나누어지는 수' 바로 소수다. 더 놀라운 것은 애벌레들이 정확히 그 소수의 해를 채우고서야 세상에 나온다는 것이다. 조금 더 일찍 자라더라도 참고 참았다가 다 같이 몇십억마리의 매미가 하늘을 오른다고 한다.
그 이유는 바로 생존, 더 나아가 종족 보존을 위해서다. 천적들과 마주치는 기간을 최대한 늦추고, 마주치더라도 동시에 떼지어 날아다니는 매미들 중 어느 누군가는 살아 남을 것이니 말이다. 그렇게 매미는 길고 긴 시간동안 땅 속에서 인고의 시간을 보내다가 찬란하게 날아올라 짧은 생을 마감한다.
매미의 삶을 소외받는 존재로 그려낸 그림책이 있다. 바로 숀 탠의 <매미>라는 작품이다.
[매미]라는 명찰을 단 회색 양복을 입은 애벌레가 등장한다. 17년 동안 인간이 아니기에 인간에게 멸시를 당하면서도, 방 하나가 없으면서도, 하루종일 일만 하면서도 견디어 낸다. 그 긴 시간동안 정작 이름표대로 '매미'라고 인정받지 못하면서 날아오를 그때만을 기다리며 참아낸다.
'톡톡톡'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움직임만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뿐이다. 아니, 누군가에게 드러내려고 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그래도 나는 여기 있다는 자기존재감의 인식 수단이었을지도 모른다.
인간과 곤충의 구분이 아니다.
대다수의 사람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고 구분짓는 인간의 군상이다.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진 것이 이상한 것, 피해야 할 것, 멸시해도 되는 것으로 선을 가르고, 그렇지 않다고 여겨지는 사람들끼리 떼지어 상대적인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다.
매미들은 모두 날아서 숲으로 돌아간다.
가끔 인간들을 생각한다. 웃음을 멈출 수 없다.
톡 톡 톡
<매미> 中
이건 또 얼마나 슬픈 말인가.
끝내 소외된 이들은 다른 이들과 연결되지 않은 채, 조소를 보낼 뿐 더 멀어지기만 한다. 영원히 연결되지 못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저려왔다.
사회적 존재로서 연결되지 못하는 슬픔이 얼마나 클까. 그렇게 긴 시간을 꾹 참고 있다가 세상에 드러내려는 순간 구분지은 무리들에 의해 저지당하는 억울함은 또 얼마나 클까. 전혀 다른 세상으로 떠나면서 어리석은 무리들을 바라보며 조소를 날리는 그 기분은 또 얼마나 참담할까. 생각할수록 마음이 어두워진다.
인종차별, 다문화가정, 난민, 비정규직, 소외받는 이들을 떠올리다가 그림책 <까마귀소년>도 떠올랐다.
모든 존재가 찬란할 수는 없다. 모두가 반짝반짝 빛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각자가 그저 존재하는 것으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것이 어려운 이유는 어쩌면 나 자신에 대한 존재감조차 느끼지 못 하기에 외부로부터 나의 존재감을 찾으려고 하는 불안의 표현일 수 있다.
일본의 스포츠의학자이자 멘탈 트레이너인 쓰지 슈이치는 자기를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는 강박이 정신적 고통이 된다고 했다. 자기긍정감이라는 표현을 들며 타인과 사회의 기준으로 비교를 통해 타인을 부정하고 나를 긍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타인을 깎아 내리면서 가지는 자기존재감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정한 자기존재감이란 나라는 존재의 생각과 감정에 몰입하며 그저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느끼는 것을 말한다. 그래야 비로소 다른 존재도 가치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즉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하고 존중할 때 타인에 대해서도 그렇게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사랑도 받아본 사람이 사랑을 베풀 줄 안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나와 타인을 비교하고 구분짓고 멸시하는 것은 결국 자기존재감이 바로 서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내가 나를 그저 있는 것만으로도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수양이 필요하다. 다른 존재도 그저 있는 것만으로도 존재하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도 수양이 필요하다.
열심히 배우고 생각하고 공유하자. 우리는 단순히 생존만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자아실현을 위해,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꿈을 꿀 수 있는 인간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