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요즘엔 결혼한 부부에게 가족계획을 묻는 것조차 조심해야 한다. 남의 집 사정도 모르면서 '예쁜 아이 많이 낳고 잘 살아~'하는 말이 응원이 아닌 부담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결혼과 자녀 출산이 선택이 된 이 시점에 그래도 나는 가닿지 않을 말을 남기고 싶다. 애 둘은 낳으면 좋겠다고.
자주 만나고 마음으로도 가까이하는 지인은 아들 한 명만 낳아 잘 키우고 있다. 한 번은 와인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다가 진심을 다해 말을 던졌다. 그녀의 마음에 바늘구멍만큼도 바람을 집어넣지 못할 게 뻔하지만 뱉어낸 말. "둘째 낳는 거 어때? 너의 둘째가 정말 기대된다!"
어떤 것을 하든 말든 선택에는 항상 이유가 있다. 결정하고 나면 그 선택을 하기 이전보다 더 많은 이유들이 따라붙는다. 어느 누구든 설득할 수 있을 만큼 뒷받침하는 이유들이 무장하고 서있다. 물론 그렇겠지. 나는 그 이유들을 다 알 수 없고, 오로지 선택은 당신과 배우자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나는 진심을 다해 말하고 싶었다. 너는 참 좋은 사람이고, 그런 네가 낳은 둘째가 너무 기대되는 것이라고. 특히 예술 분야에 재능이 있는 친구였기에 더욱 그런 마음이 들었다. 그 재능을 후대에 물려줘야 이 세상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자녀가 한 명인 집은 부모가 그 아이에게 모든 초점을 맞춘다. 한 인간을 키우면서 알게 되는 지식과 겪게 되는 깨우침이 그 아이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어쩌면 나를 더 많이 닮았을 수도 있고 배우자를 더 빼다 박았을 수도 있다. 혹은 '얘는 도대체 누굴 닮은 거야?' 싶을 정도의 아이가 태어났을 수도 있고, 적절히 좋은 것만 물려받은 아이일 수도.
우리 집 두 아이를 보니 적절히 섞이긴 했는데, 첫째 딸은 아빠를 좀 더 닮고 둘째는 나를 좀 더 닮은 것 같다. 외모와 성격적인 측면에서 그렇고 재능이나 학습능력은 아직 잘 모르겠으니 열심히 관찰하고 있는 중이다. 성향도 다르고 하고 싶은 것도 배우고 싶은 것도 너무 다르다. 두 살 터울 자매이니 웬만하면 학원도 같은 곳을 가면 내가 참 편하고 좋을 것 같은데, 확고한 자기 취향으로 벌써부터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서로 다른 두 아이를 보면서 남편은 참 재미있다고 한다. 점점 더 색깔이 짙어지는 아이들을 보니 매일매일이 재미있고 신기하다고. (그래, 당신은 마냥 보니까 재미있지. 그걸 챙겨야 하는 나는 많이 힘들어.)
아이들이 클수록 나도 느끼고 있다. 부모, 환경, 교육, 성격 등 모든 것이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결혼해서 두 아이를 낳았더니, 그 아이들은 또 다른 조합으로 태어났고 자라고 있다. 우리의 좋은 부분을 닮았다면 응원을 북돋아주고, 부족한 점을 닮았다면 그것 또한 더 나은 길을 알려주면 된다. 다른 세대의 아이이니 또 다른 영향으로 내가 모르는 부분이 나타나면 같이 배우면 된다. 나와 배우자는 특별한 재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충분히 선한 사람들이기에 내 아이들 선하게 키워서 세상에 내보내면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뿌듯함이 있다.
올바르게 생각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잘못은 반성하고 개선하려고 하는 우리는 좋은 사람이다. 내가 가지는 것만 생각하지 않고 작은 것 하나라도 나눈 적이 한 번이라도 있는 우리는 선한 사람이다. 내 아이에게 우리의 작은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될 수도,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우리는 착한 사람이다. 조금 더 배우고 더 나아가려고 하는 우리는 훌륭한 사람이다. 미사여구 다 필요없고 '나 이건 좀 잘한다!' 싶은 게 있는데, '이건 세상에 도움이 되고 필요한 거지!' 싶은 점 하나라도 있다면 우리는 모두 가치있는 사람이다.
나와 당신은 충분히 세상을 이롭게 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그런 좋은 사람인 당신이 둘째를 낳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