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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두두 Mar 15. 2022

너도 엄마도 몰랐던, 너의 아침

아침 탐정이 된 20분

아침은 항상 바쁘다.

알람이 울려도 일어나지 않는 아이의 방문을 열어 말한다. “얼른 일어나!” 아침식사로 토스트를 구워 접시에 담는데 아이가 방에서 나온다. 다정한 인사를 멀리 있는 식탁을 보며 말한다. “잘 잤어?” 오늘 학교 준비물에 대해 얘기하는 아이를 지나치며 정확히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 얘기하는 신공을 발휘한다. 아이의 눈보다 시계를 더 많이 보는 바쁜 아침이 매일 지나간다.       


어느 여유로운 날 아침, 아이가 일어나는 순간을 기다려 포착해 보기로 다. 그냥 갑자기 아이가 맞이하는 아침이, 표정이, 몸짓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살금살금 아이 방으로 들어갔다. 이왕이면 나름대로의 계획적인 질문으로 아이를 관찰해 보기로 했다. 기록을 위해서.





<아이가 눈을 뜨는 순간을 관찰하기>

1. 잠자는 아이의 얼굴, 표정의 움직임은 어떤가?
2. 누운 자세는 어떤가?
3. 일어나서 첫마디는 무엇인가?
4.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무엇인가?
5. 오늘 아이의 기분은 어떤가?


필요한 건 휴대폰과 메모지, 볼펜 정도다. 관찰자로서 필요한 준비물. 휴대폰은 기념사진 한 장 정도 촬영하기 위한 용도다. 찰칵찰칵 소리로 아이를 깨우고 싶지 않으니, 딱 한 장만 잠든 사진을 찍어본다. 괜히 카톡 열어보고 뉴스 읽다가 아이가 깨어나 “거기서 뭐 해?” 소리 듣지 않으려면, 휴대폰은 넣어두는 게 좋다.


10살인 한 아이가 맞이한 아침의 모습은 이렇다.


세상모르고 그냥 자는 모습이. 눈과 눈썹이 꿈틀 하지도 않는 걸 보니 언제 일어날지 모르겠다. 다행히 아빠 눈을 닮아 눈꼬리가 아래로 떨어지는 온화한 눈매다. 반대로 입꼬리는 무표정임에도 불구하고 살짝 올라가 있어 부드러운 이미지로 보인다. 좁쌀만 한 뾰루지가 왼쪽 입가에 났다. 일어나면 피곤하지 않은지 물어봐야겠다.


아이는 보통 이불을 걷어차곤 하는데, 오늘은 왠지 꼭 덮고 오른쪽으로 누워 있다. 새벽 무렵에 추운 걸 느끼고 스스로 이불을 찾아 덮을 정도로 컸다는 걸 느낀다. 눈을 감은 채로 자세를 천장을 향하도록 움직인다. 이불을 들추더니 오른손으로 등을 벅벅 긁기 시작한다. 다른 한 손은 머리 위로 기지개를 켜는 신기한 움직임을 보인다. 양손이 서로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어느 한순간 팍 눈을 뜨지 않고, 슬며시 눈꺼풀이 올라간다. 드디어 말이 통하는 존재를 만난 듯, “안녕~”하고 인사를 먼저 건넸다. 아이는 “엄마~” 첫마디를 던지고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는다. 다시 이불을 끌어안고 등을 돌려 취침모드를 재가동한다. 이런, 기다림의 시간이 더 늘어났다. 자신의 방에 눈 뜨자마자 엄마가 보여도 놀라지 않는 걸 보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의 첫마디가 “뭐야?”, “여기 왜 있어?”, “놀랬잖아!” 가 아니어서 감사하다.     


아이가 뜬 눈으로 제일 먼저 한 행동은 ‘멍 때리기‘다. 천장 쪽으로 자세를 바꾸더니, 멍하니 바라본다. 멍하게 보기는 뇌가 휴식하고 재정비하는 시간이다. 새로운 하루를 받아들이기 위해 뇌를 비워내는 것은 무조건 지지받아야 마땅한 시간이기에 방해하지 않고 그냥 두기로 한다.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엄마 찾기 성공!” 하면서 푸시시 웃는다. 가까이 다가가 다. “이불이 가리고 있어서, 엄마가 어디 있나 이쪽(오른쪽)도 보고, 이쪽(왼쪽)도 보고, 이쪽(위쪽)도 봤는데, 이쪽(아래쪽)에 엄마가 있네! " 저 혼자 숨바꼭질이라도 했나 다. 참 재미있게 하루를 시작하는 아이다. “아침에 이불 안에서 숨바꼭질하는 아이”  기록한다.     




아이가 잠에서 깨고 방에서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아이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아침을 먹으며 “새벽에 추웠어? 이불 꼭 덮고 자더라.”, "입술 왼쪽에 뾰루지가 생겼네, 어제 피곤했어?", “좋은 꿈 꿨어? 자는데 입꼬리가 올라가 있던데?”와 같은 얘기를 건네 다. 아이는 “내가 그랬어?” 수줍어하면서도 궁금해했다. 이렇게 대화를 나누는 아침이 매일이 될 수는 없더라도 하루쯤은 해 볼만 한 것 같다. 아이의 아침을 응원하는 따스한 눈길을 장착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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