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그런 표현을 자주 쓰지는 않는 것 같지만, 예전에는 어떤 동작을 잘 따라 하는 협응성이 좋은 사람들에게 '운동신경이 좋다'라는 표현을 자주 했다. 필자도 운동신경이 좋다는 소리를 꽤 많이 듣고 컸으며, 그래서인지 운동을 좋아했고, 각종 스포츠를 즐기며 학창 시절을 보냈다. 항상 체육대회 때는 각종 구기와 육상 등 종목 가릴 것 없이 반대표로 뽑혔다. 물론 운동을 잘했으니 대표로 뽑혔고, 그래서 더욱 운동을 좋아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평소에도 쉬는 시간, 점심시간 가릴 것 없이 틈만 나면 그 당시 유행하는 스포츠 종목에 시간을 할애했다. 결국 대학 전공도 체육을 선택했고, 안 해 본 운동이 없을 정도로 많은 운동을 접하며 살아왔다.
대학 체육대회 때는 축구를 하다가 충돌 후 무릎이 부어올라 보정기를 차고 다녔으며(아마도 이때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되었던 것으로 추측한다), 5~6년 정도 시간이 흘러, 학생들에게 배구 스파이크 시범을 보이다가 상대 브로커의 무릎과 충돌하여 또다시 무릎이 부어올랐다(이때는 전방 십자인대가 완파되었던 것으로 추측한다). 3~4개월 뒤 사회인 야구 투수로 올라가 공 하나를 던지고 일어날 수 없었다(이때 반월상 연골판이 찢어진 것으로 추측한다). 그리고는 오른 무릎 전방 십자인대 완파와 반월상 연골판 파열이라는 복합골절 진단을 받고 바로 수술대에 올랐다. 발을 땅에 디딜 수 없었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후로 한 번도 생각지 못했던 장애를 받아들여야 했다. 점프를 뛰는 것이 부담이었고, 무릎을 주로 사용하는 스포츠는 통증으로 인해 멀리하게 되었다. 그래서 가장 좋아했던 농구, 배구, 스키 등을 인생에서 지웠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수술 후유증과 장애는 꽤 심각하게 나타나 우울증으로까지 이어졌으며, 운동을 멀리하게 되면서 체중은 인생 최고치를 찍었다. 그로 인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부담스러울 정도가 되었다. 이때 정신을 차리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 근력운동 즉, 웨이트 트레이닝이다. 다치기 전부터 꾸준히 근력운동을 하긴 했지만, 재활을 위해 시간을 정해놓고 제대로 시작하게 된 건 이때가 처음이다. 무릎의 장애 때문에 허벅지 근육을 키우는데 집중했으며, 재활 1년 만에 웬만한 운동을 소화할 수 있는 몸이 되었다. 사실, 운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 수준 이상은 만들어졌다. 과거처럼 높이 뛰지는 못하지만 점프가 가능해졌고, 스키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뛸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고무적이었다.
그래서 근육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했고, 트레이너로서의 삶도 시작되었다. 무려 20년 가까이 이 일을 하다 보니, 필자도 모르고 살았던 근육의 혜택을 대중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사명감도 무럭무럭 생겨났다. 근력운동을 꾸준히 해 온 결과와 근력운동을 통해 만들어지는 수많은 회원들의 임상 결과는, 요즘에 와서야 이슈가 되고 있는 근육의 중요 역할을 넘어서 근육의 혜택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정말 감기도 걸리지 않을 면역을 갖게 되며, 동안 외모가 되어 자존감이 올라간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질병과 부상을 케어할 수 있는 것이 근력운동이다. 약을 먹지 않고도 당뇨나 혈압을 잡을 수 있고, 수술받지 않고도 통증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문제는 대중들이 모르고 있고, 알고 싶어 하지 않는 데 있다. 어쨌든, 이 글의 주제는 근육 찬양이 아니니 다음으로 넘어가자.
가까운 물체에 초점이 맞혀지지 않는 노안이 왔다. 그것도 어느 날 갑자기 왔다. 당연히 난생처음이다. 필자는 양쪽 눈의 시력이 모두 2.0이었다. 시력이 좋은 사람들에게 노안이 빨리 찾아온다고 한다. 마찬가지다. 운동신경이 좋아 많은 운동과 체육활동을 즐겨 온 사람들은 일찍 관절이 고장 나고, 부상을 안고 살아간다. 그래서 재활운동이 병행되지 않으면 빠른 시간 내에 장애가 찾아온다.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다. 아니, 움직이는 것을 원하지 않게 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근육은 30세 이후, 1년 단위로 1%씩 줄다가, 어느 한 시점에 15~16%가량이 줄어든다. 이러한 증상을 근감소증이라고 하는데,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이미 2016년에 질병으로 인정하였다. 노화의 대표적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질병을 막으려면 근력운동을 습관처럼 하는 방법밖에 없다. 관절의 노화는 이같은 근감소로 극대화된다.
'운동신경이 없는 걸 축하드립니다.'
'운동을 잘 못하셔서 다행이에요.'
비만이 아닌 50대 이상의 회원분들 중 운동을 못해서 안 하셨던 분들에게 건네는 축하멘트다. 웃기는 소리로 들릴지 모르지만, 이 분들의 건강한 관절상태가 부럽다. 운동신경이 없어서 운동을 멀리했던 사람들이 이렇게 부러울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 또는 그녀들의 관절 건강이 부럽고, 다행스럽고, 축하하고 싶다. 이야말로 기가 막힌 전화위복이고 반전이다. 이 글을 읽는 10대~30대 독자님들은 꼭 새겨두길 바란다. 지금은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여도 아껴 쓰지 않는다면, 그리고 관리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후회할 날이 찾아온다. 노화는 누구도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몸과 건강은 무엇보다 소중하다. 그리고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단지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시작하지 않을 뿐이다. 또는 앗차하는 순간 이미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치료가 먼저라고 생각해 또다시 미룰 뿐이다. 우리 모두에게 건강은 가장 실천하기 힘든 과제인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