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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지훈 Jul 02. 2023

저항 정신과 교권의 상관관계


수능 첫 세대로, 교사나 학생이나 갈팡질팡하던 시대를 살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스승이라면 그림자도 못 밟는 시절인지라 ‘티처teacher’라는 타이틀 앞에는 누구라도 넙죽 엎드렸던 시절이다. 어느 날, 수학 교사가 무거운 표정으로 교실에 들어왔다. 몇 주를 그렇게 풀이 죽어 수업도 활기를 잃었다. 알고 보니 어떤 학생 엄마가 제 자식을 심하게 ‘팼다’는 이유로 항의 전화를 했다고 한다. 교사가 맥이 빠져 있었다는 것은 ‘다 그러는데 왜 나만 갖고 그래(?)’ 따위의 심정은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학교 전체가 술렁인 사건은 얼마 후에 벌어졌다. 어깨 너머로 들은 이야기다. 교사가 주먹질을 하려는 찰나에 학생이 이를 막았다는 것이다. 전대미문 미증유, 정말 듣도 보도 못했던 사건이 터진 것이다.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학생 탓으로 돌리는 여론이 대다수였을 성싶다. 그러나 이는 교권 추락뿐 아니라, 저항 정신이 곧 역풍과 부메랑이 되어 후대 교사에게 돌아오리라는 것을 미리 보여준 사건이었다.     


중고교 때는, 그 전 세대는 말할 것도 없겠지만, 구타가 비일비재했다. 심지어 초등학교 때는 뺨을 맞으며 배웠고 고등학교 때는 초주검이 될 때까지 맞는 아이를 눈앞에서 봐야 했다. 분위기는 살얼음판이 되고, 수업이 끝나기만을 간절히 바라며 느릿느릿 돌아가는 초침이 야속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제 맞을 만큼 맞은 학생이 자라서 어른이 되었다. 폭력의 피해자들이 학부모가 된 것이다. 교사보다는 폭력 사범 밑에서 자란 어른이 자식에게 “선생님 말씀 잘 들으라”는 덕담을 해줄 수 있을까? 왜 엄마가 느닷없이 여교사의 머리채를 잡고 구타를 했을까? 엄마는 스승다운 스승을 만나지 못했을 공산이 크다. 지와 덕을 겸비한 훌륭한 스승을 만났다면 상황은 크게 달랐을 것이다. 스승은 그림자도 못 밟았다는 건 그만큼 당신을 무겁게 생각하고 존경했기 때문이지 ‘밟으면 걷어차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나이가 지긋해 일찌감치 학교를 떠난 교사들의 죗값을 아무 잘못도 없는 후배 교사들이 짊어지고 있다.      



#교사 #학교 #교권 #교권추락 #학생 #스승 #제자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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