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의 날개

제1장 영화교육 어젠더 #4

by 워커

가벼움, 경계를 건너는


“창의성이 뭘까 물으면, 막막하겠지?”

“뭔가 오글거려요.”

“그래도 창의성이라는 개념을 분석적으로 정의해 보는 건 필요해.”

“남다른 것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아닐까요?”

수영이 원론적인 답을 내놓는다.

“그래, 독창성은 창의성의 중요한 요소지.”

“새로운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닐까요?”

선재도 그럴듯한 답을 던져 본다.

“맞아, 문제를 새로운 접근법으로 보고, 새로운 해결책을 내놓는 문제해결능력도 창의성의 중요한 일부야.”

“근데, 창의성의 의미를 안다고 창의성이 생기는 건 아니지 않나요?”

“당연하지. 그런데 창의성이 어떤 개념인지 이해한다면, ‘유레카’ 상황이 왔을 때 아이디어를 잡아내는 것이 더 쉬워지지 않을까?”


영화 창작 교육과정을 만들면서 창의성을 이해할 수 있는 수업을 빼놓는다면 아쉬운 일이다. 영화 창작이야말로 사전 기획부터 홍보 캠페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창의성’ 발현의 총체적인 집합체인 까닭에, 사실상 ‘계기 학습’이라 부를 만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유네스코의 기준에 따라 중학생 수준으로 ‘창의성’을 정의한다면, “새로운 생각을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하거나,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독창적이고 유연한 사고, 경계를 과감하게 넘나드는 융합적 사고, 생각한 것을 실행에 옮겨 유용한 결과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창의성 수업은 정의만으로는 교육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개념을 정확히 잡아내기 위해 가능한 수업 전략 예시를 우선 정리해 보자. 학생들과 모둠활동, 워크시트, 마인드맵, 만다라트 등으로 손쉽게 진행할 수 있는 예시들이다. 분석은 ‘핵심 아이디어 / 의의 또는 시사점’ 등을 키워드 중심으로 한 줄 정리하도록 한다.


<수업 전략 예시>

일상 속 사례 찾기 및 분석

(일상 속 주변, 혹은 내 경험 속 사례)

역사 속 사례 찾기 및 분석

(역사 속 창의성의 산출물 찾기)

분야별 사례 찾기 및 분석

(사회 / 문화예술 / 과학기술 / 산업 등)

우리나라 문화예술 분야 사례 분석

(문학, 영화, 클래식 음악, 국악, K-팝, 디자인 등)

나만의 발명품 만들기 프로젝트 수업

(문제 찾기 → 아이디어 스케치 → 상세 설계도 → 제작 → 전시 및 발표)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작품과 그 이유 발표 및 토론

(문학, 영화, 음악,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다양한 장르)


창의성 수업은 심각하고 무거운 방식보다는 경쾌하게 이완된 분위기에서 쉽게 표현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작품 분석 시, 지나치게 “천재적인, 위대한, 시대를 뛰어넘는” 등의 차별적인 특성을 강조하는 수사보다는, 일상에서 누구나 즐겁게 자기만의 표현 방법을 드러낼 수 있음을 체득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한 분야에서 극적인 성장과 성과를 보이는 우리나라의 문화예술 속에서 창의성의 흔적을 발견하고 생각을 나누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2020년, 세계영화사에 남을 퀀텀 리프


영화 분석을 통해 작품이 가진 창의성의 핵심 포인트를 정리해 보는 것은 영화의 장르적 특성을 이해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영화 분야에서 우리나라 영화산업의 성장과 개별 작품의 세계적인 성공 사례는 수업의 에너지를 끓어 넘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2000년~2010년대의 한국 영화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전성기‘라 평가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영화관 체인망의 거대한 확대가 불러온 양적 성장이 개별 영화의 수준을 달리하는 질적 성장의 기반이 되었다. 시스템화된 투자 환경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영화산업의 성장세에 대한 핑크빛 전망이 기업투자자들의 유입을 불러왔다.

덕분에 상업영화와 작가주의 영화의 균형적 발전이라는 성과도 두드러진다. 바야흐로 천만 관객 영화 시대가 도래하면서 작가주의 영화를 함께 키워나갈 수 있는 여유가 생겨난 시기였다. 작가주의 영화의 토양이 없이는 상업영화의 수명 역시 유지될 수 없다.

1980년대~1990년대 홍콩영화의 화양연화가 어느 날 갑자기 뿌리째 흔들리며, 더 이상 관객들을 흥분시키지 못하게 된 것은 좋은 사례다. 할리우드 영화 역시 더 이상 이전과 같은 뜨거운 에너지로 세계 영화 시장을 움직이지 못한다. 도식화된 성공의 공식만으로는 영화 장르에서 창의적인 에너지를 끌어내지 못한다.

2020년, 한국 영화는 세계 영화의 새로운 엔진이라 평가될 만큼의 차원을 달리하는 퀀텀 리프는 2000년대와 2010년대 우리나라 영화 산업이 거둔 물적, 인적 축적의 결과물이었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2022년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은 영화 미학의 새로운 전형을 만든 것으로 평가 받는다. 2022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 제작 역시 글로벌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만한 한국 영화 산업의 역량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코로나 이후 급격히 꺾인 우리나라 영화 시장이 산업의 유지마저 아슬아슬해 보이는 이때, 그래도 OTT와 거실로 들어온 대형 모니터를 통해 전 세계 관객들과의 접점을 크게 확대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으로서는 넷플릭스 예속화 문제도 걱정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새로운 에너지로 상항을 헤쳐 나가게 될 때까지 시간을 벌 수는 있을 것이다.


『기생충』부터 『K팝 데몬 헌터스』까지


영화 분야에서 《기생충》이 거둔 성과는 단지 칸 황금종려상이나 비영어권 최초의 아카데미상 작품상과 감독상 등 주요 부문을 휩쓴 데서 멈추지 않는다.《기생충》은 분명 서스펜스의 장르적 특성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도, 곳곳에 블랙 코미디의 비틀진 웃음 코드를 담아 무겁지만은 않은 현대적인 균형감각을 보여준다.

봉준호 감독 특유의 영화 속 수직적인 공간 구성은 우리 사회의 공고한 계급 구조와 교차되며, 치열한 계층 갈등을 드러내고 풍자한다. 긴장의 강도를 더해 가는 비극적 상황이 무겁게만 그려지지 않는다.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은 완성형에 가까운 아름다운 파열음을 연주한다. 《기생충》은 세계의 영화 비평가들로부터 세계 영화사적인 의미를 지닌 사건으로 평가받았다.

가장 최근의 《K팝 데몬 헌터스》가 거둔 상업 애니메이션으로서의 성과는 거의 충격적일 정도다. 그 폭발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국가와 문화를 불문하고 놀라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넷플릭스라는 매체가 가진 강점이 작품의 폭발력에 불을 붙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K팝 뮤지컬에 가까운 영화임에도, 각 나라 언어 버전으로 더빙하고 음악까지 각 나라의 언어 버전으로 녹음해 동시 공개한 것은 넷플릭스의 거대한 자본력이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K팝 데몬 헌터스》의 창의성은 『디아스포라의 문화』의 힘에서 발견된다. 감독, 목소리 배우, 영화 속 노래를 부른 가수들은 대부분 한국계 이민자들이다. 한국 문화, 한국 언어, 한국 음악으로 표현되는 정체성의 뿌리에 대한 갈망, DNA에 새겨진 시원적 기억이 글로벌한 문화 감각으로 번역된 가장 아름다운 결과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한국 음악 레이블이 참여해 ’K-Poped‘의 실체를 최상급으로 구현해 냈다.

결국 창의성 수업은 장르를 불문한 끊임없는 수다, 크고 작은 창의적 시도, 전시와 PT라는 구성으로 완성될 수 있다.

K-브랜드의 화려한 행진이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되살아나기를 기원해 본다. 광대역 인터넷 시대를 선도했던 K-과학기술의 파워 엔진이 AI 시대의 핵심 기반이 되어야만 K-창의성의 플랫폼이 멀리, 높이 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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