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혜정 Jun 12. 2024

퐁신하고 달콤한 프렌치토스트의 매력

어느 날 프렌치토스트를 마주하다

요즘 프렌치토스트의 매력에 빠졌다.
본래도 브런치 카페에 가면 종종 만날 수 있는 메뉴였지만
작년 늦여름, 우연히 고퀄리티 프렌치토스트를 맛본 이후로 프렌치토스트의 매력에 빠져 버렸다.

예전에 맛봤던 프렌치토스트는 과일을 곁들여 먹는 겉이 잘 구워진 식빵에 불과했다면 나를 놀라게 했던 그것은 케이크에 덤빌 수 있는 하나의 완벽한 디저트였다.
그 이후 틈틈이 프렌치토스트 맛집을 검색해 보고 도장 깨기를 하곤 한다.
먹음직스럽게 구워 겉은 바삭하고 속은 계란물을 한껏 머금어 촉촉하고 보들보들한 프렌치토스트.
프렌치토스트는 프랑스빵이어서 프렌치토스트인 걸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프렌치토스트의 역사는 고대 로마로 거슬러 올라간다.  
1세기에 저술된 로마 시대의 요리책 <아피시우스(Apicius)> 속에 프렌치토스트와 매우 흡사한 요리가 등장하는데 빵에 우유를 적셔 계란을 입혀 튀긴 후 꿀과 같이 먹는 요리가 바로 그것이라고 한다.

(요리 이름은 따로 적혀있지 않다고 한다)

이후 독일에서도 프렌치토스트와 조리법이 같은 '가난한 기사들'이라는 뜻의 '아르메 리터(Arme ritter)'라는 요리를 해 먹었는데 이것이 제1차 세계대전 후 유럽 전역에 퍼지면서 저먼 토스트(German toast)라 불렸다.
하지만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미국에서 프렌치토스트로 불리며 명칭이 굳혀졌다고 한다.
우유와 버터를 많이 사용해 만드는 토스트이기에 크림을 많이 사용하는 프렌치 요리가 연상돼 그렇게 명명됐다는 설도 있다.



물론 프랑스에서도 프렌치토스트를 먹긴 하지만 프렌치토스트가 아닌 '펭페르뒤(Pain perdu)'라 불렸다.
'버려진 빵'이라는 뜻인데 오래되어 굳은 빵을 우유와 달걀로 재활용하지 않았다면 버려졌을 빵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정작 프랑스에서는 프렌치토스트라 부르지 않는다. 프랑스가 붙인 명칭이 아닌데도 '프렌치'로 네이밍된 자매품으로는 '프렌치프라이'도 있다.)


여러 나라에서 각국의 스타일로 맛볼 수 있는 이 프렌치토스트의 핵심은 달걀과 우유라고 생각한다.

달걀과 우유 혼합물에 빵을 얼마나 충분히 담가 혼합물을 머금었느냐에 따라 촉촉함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촉촉한 프렌치토스트는 씹었을 때 자신의 정체성은 식빵이 아니라는 듯 보들보들함과 퐁신함을 자랑한다.


현재까지 다녀본 프렌치토스트 맛집 중 TOP 3를 꼽자면 키오스크, 포트레이트커피바, 펭페르뒤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1. 키오스크
알만한 사람들이라면 아는 프렌치토스트 계의 탑티어인 곳이다. 수년 전부터 프렌치토스트만으로 명성이 자자해진 가게인데 공간이 협소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맛 하나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 뼘이 안 되는 그리 크지 않은 토스트 한 덩어리에 원하는 토핑을 추가해서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이곳의 장점.
크기가 적당해서 1인 1 토스트 하기 좋다.
절인 사과, 딸기부터 아이스크림, 녹차 단팥까지 9가지 토핑에 따라 각기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는데
칼이 필요 없을 만큼 포크로도 부드럽게 빵이 잘린다.
계란물로 촉촉해진 빵과 절인 사과를 함께 입에 넣으니 절인 사과가 들어간 케이크 같기도 하다.

절인 사과를 곁들일 땐 상콤하고 정돈된 맛을, 땅콩버터 바나나와 먹을 땐 꾸덕한 고소함과 극대화된 달콤함을 맛볼 수 있다.
양이 많지 않은 사람임에도 앉은자리에서 혼자 2 덩어리를 즐겁게 해치웠다.
왜 프렌치토스트 계의 최강자인지 고개가 끄덕여지는 곳!




2. 포트레이트커피바
자두소르베를 곁들인 시즈널 프렌치토스트 메뉴에 우연찮게 이끌려 방문한 후 2~3번을 더 찾아갔던 곳이다.
작년 늦여름, 제대로 된 프렌치토스트에 입문시켜 준 곳이기도 하다.
겉은 설탕으로 얇게 크림브륄레 코팅이 되어 있어 한입 깨물면 바사삭하고 씹히는데 속은 또 극강의 부드러움이 자리하고 있다. 흡사 푸딩 같은 식감이다.
계란물을 어느 정도 먹으면 이렇게 퐁신한가 싶어 먹으면서도 연신 빵을 관찰하게 만들었다.
진짜 겉바속촉 프렌치토스트다.
거기에 직접 만드신 자두소르베와 마리네이드 된 복숭아, 달지 않은 쫀쫀한 크림치즈, 화룡점정으로 딜까지 함께 곁들여지니 그렇게 향긋하고 조화로울 수가 없었다.
어떻게 이 조합을 생각하신 건지 사장님 심층인터뷰를 해보고 싶었을 정도.
매 시즌 다른 프렌치토스트를 선보이고 있어서 다음 시즌도 무척 기대가 되는 곳이다.




3. 펭페르뒤
프랑스의 프렌치토스트 명칭인 "펭페르뒤"를 가게명으로 내건 프렌치토스트 맛집이다.
기본 메뉴도 좋지만 그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시그니처 메뉴를 선호하는지라 시그니처인 '추로스 프렌치토스트'를 선택했었는데 결과는 대만족.
길쭉하게 잘린 바삭한 프렌치토스트에 시나몬슈가가 빈틈없이 가득 묻혀 있다.
프렌치토스트는 화덕에서 구워서인지 기름기는 적은데 속은 퐁신하다.
이 자체로도 이미 스페인 정통추로스 뺨치게 맛있지만 함께 나오는 오렌지 초코 디핑과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번갈아 곁들여 먹으니 풍미가 더해진다.
오렌지 초코 디핑이 너무 달진 않을까 우려했지만 웬걸... 상콤한 오렌지맛이 혹여 물릴 수도 있는 단맛을 중화시켜 준다.

앞으로도 틈틈이 프렌치토스트 맛집을 찾아 나서는 일은 계속될 것 같다.
어딘가에 있을, 색다른 맛으로 놀라게 해 줄 프렌치토스트가 기대되기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