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소에 최소 A4용지 2배 이상은 되는 너비의 가방을 들고 다닌다. 들고 다닐 것이 좀 많아서다. 그래서 보부상이라는 소리를 곧잘 듣는다. 가방을 무겁게 들고 다니던 버릇은 초등학생 때부터였다. 가방 안에 그날그날 배우는 과목 교과서와 노트, 필기구를 갖고 다녔고 필요한 문구류도 챙겨 다녔다.
출처 : pinterest
교과서를 서랍, 사물함에 두고 다니는 아이들이 많았지만 왠지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날그날의 교과서를 챙겨서 다녀야 마음이 편했고 필기구 외에도 스템플러, 가위, 테이프 등이 필요할 때는 바로 꺼내 쓸 수 있어야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그러다 좀 오래 책가방을 메고 다니다 보면 서서히 어깨가 눌리고 여름엔 등에 땀이 차기도 했다.
하지만 만족스러움과 가방의 무게를 맞바꾸었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까지 난 여전히 보부상이다. 가방 안엔 핸드폰, 이어폰, 화장품 파우치, 머리핀, 책, 지갑, 휴지, 거울, 손풍기, 간식거리 등등 여러 가지가 가득하다. 핸드폰, 이어폰, 지갑은 당연히 필수품이고 한 번씩은 수정 메이크업이 필요하기에 거울, 파우치가 있어야 하며 더우면 머리핀, 머리끈을 쓰거나 손풍기를 켜야 한다. 또 카페에 가면 책도 읽어야 하고 손을 자주 닦는 편이라 휴지, 물티슈도 있어야 하며 퇴근 시간이나 이동 중에 배고프면 꺼내 먹을 간식거리도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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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할 때 없을 경우 해당 물건을 사느라 돌아다니는 수고를 덜기 위해 가끔이라도 필요한 것들은 가방 속에 담겨있다. 그래서 가방을 살 때 항상 착용컷을 살피게 된다. 실제 넉넉한 사이즈인가, 수납력이 충분한가, 가방 너비와 깊이가 어느 정도인가 파악하기 위해서다.
가끔씩 지인들이 안 무겁냐며 가방 무게를 줄여보라고 해서 미니멀리스트가 되어 보자는 생각에 가끔씩 작은 가방을 들고나가본 적도 있다. 그럴 때마다 꼭 뭔가 필요한데 없어서 사게 되거나 무언가를 샀을 경우 가방에 들어가지 않아서 물건을 담은 봉투를 들고 다녀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럴 때마다 결심한다. ' 아 나는 역시 큰 가방을 들고 다녀야 해. 미니백하곤 영 안 맞아. 미니백은 절대 사지 말아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