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좋은 날도 빵을 먹지만 기분이 허한 날도 빵만 한 것이 없다. 오늘도 빵을 샀다. 백화점 지하 푸드코트에 들어섰다가 유명 빵집 2군데에서 3만 원어치의 빵을 사버렸다. 속이 빵빵한 공주밤팥빵과 피스타치오가 가득 들어간 크루아상과 소보로가 덮인 소금빵, 엄마가 좋아하는 옥수수빵, 그리고 복숭아 콩포트(복숭아조림)가 올라간 프렌치파이를.
빵들로 손이 묵직해지니 마음이 뭔가 든든해진다.
하지만 배 속까지 든든해지는 것은 아니므로 근처 테이블에 자리 잡고 빵 봉투를 뜯는다.
복숭아 콩포트가 올라간 프렌치파이
원물맛이 가득한 피스타치오 크루아상을 먹으며 '와 역시 이 집은 재료를 아끼지 않네. 피스타치오 맛이 굉장히 진하다' 며 감탄했다가 다른 빵도 맛봐야 하므로 반쪽만 먹고 복숭아 프렌치파이를 집어든다. 생과일을 직접 졸여 만든 게 느껴져서 '역시 복숭아는 진리네' 속으로 읊조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고급진 메로나 맛이 느껴지는 메로나 크루키
이내 칼로리 걱정이 슬며시 밀려온다. 먹을 땐 좋았지. 오늘도 운동을 땀나게 해야겠구나... 피곤해도 어쩔 수 없다. 빵을 먹었으니 대가를 치려야지. 원하는 걸 먹으려면 그만큼의 운동을 해야 한다. 대신 내일은 또 내일의 빵이 기다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