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면 생각나는 맛이 있다. 밤, 사과, 배도 좋지만 언젠가부터 무화과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래서 9월 말~10월에는 무화과 디저트를 선보이는 곳들을 찾아 나선다.
무화과를 좋아하게 된 지는 몆 년되지 않았다. 그리 달콤해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외양이 애호박 비스무리한 채소같이 보여서 그리 손이 가지 않았더랬다. 어느 날 엄마가 갓 사온 무화과가 매우 달다며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따라서 먹다가 그 맛에 빠지게 됐다.
열대과일이나 수박, 복숭아처럼 엄청 달진 않지만 특유의 향과 물리지 않는 달콤함을 선사한다. 겉을 한번 잘 닦아내고 베어 물면 말캉하게 씹히면서 과일의 결이 느껴진다. 이내 딸기씨앗 같은 자잘한 씨들이 토독토독 터진다. 재미있는 식감이다. 이후엔 부드럽게 입안을 코팅하며 녹아내리듯 사라진다.
과하게 자신을 뽐내지 않으면서 은은한 향과 은은한 단맛을 지녀 절제미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듯하다. 과하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기에 여러 디저트들과도 잘 어우러진다. 불그스름한 속살 덕에 더 맛있어 보이게 하는 화룡점정의 역할을 하면서 케이크, 토스트, 아이스크림, 크림스콘 등등 어떤 디저트들과도 조화로운 팀워크를 뽐낸다.
보통 과일을 넣으면 많이 달아지기도 하는데 무화과는 디저트가 되어서도 섬세하게 스윗하다. 올해는 이 맛을 좀 더 길게 음미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