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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길동 Oct 01. 2023

가을가을한 10월

세월이 분다


9월엔 여름의 기운이 남아있고, 11월엔 겨울의 기운이 숨어 있다. 10월은 온전한 가을이다. 창문을 열면 높은 하늘색 가을이 들어온다. 온도를 올리고 낮추는 기계가 필요 없는 것은 축복이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날에 걸으면 생각이 나서 좋고, 생각이 없어서 좋다.     




라틴어로 8을 의미하는 octo를 포함하는 october는 로마의 최초 달력에서 8월이었는데, 나중에 생긴 11월(Januarius)과 12월( Febriarius)이 1월, 2월이 되면서 밀려 10월 되었다고 한다.


10월에는 기념일이 많다. 10월 1일은 국군의 날이다. 주변 국가의 위협 속에서 나라를 지키는 우리 군의 사명은 막중하다.  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다. 노인 인구의 증가로 65세 이상 비율이 커지는 사회는 현실이다. 10월 3일은 하늘이 열린 날 개천절이이다. 우리 민족의 시조 단군으로부터 5000년 역사는 시작됐다. 10월 9일은 한글날이다. 세종대왕이 우리 글자 훈민정음을 반포한 날을 기념한 날이다. 컴퓨터를 활용하는 시대에 한글의 가치는 세계 최고다. 10월 21일은 경찰의 날이다. 경찰은 민주경찰이 되기 위해 부침을 거듭하고 있다, 시민들에게 경찰은 최후의 보루다. 10월 25일은 독의 날이다. 동해바다 외로운 섬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외치지 않아도 우리 땅이다. 10월 31일은 귀신을 쫓는 의미의 축제가 된 할로윈데이다.  2022년 10월 31일은 할로윈데이를 즐기기 위해 이태원에 모인 사람 중 159명이 사망했다. 더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으려면 잊지 말아야 한다.


공교롭게도 10월 26일에는 역사적 사건이 많다. 1597년 10월 26일에는 이순신이 지휘하는 조선 수군의 함선 13척이 명량에서 일본 수군 함선 330여 척을 거의 전멸에 가깝게 격퇴했던 명량 대첩이 있었다. 1909년 10월 26일에 안중근 의사는 일본 제국의 권력자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했다. 일제강점기 중인 1920년 10월 26일은 청산리 전투에서 대한독립군이 승리한 날이다. 1979년 10월 26일에는 중앙정보보장 김재규가 18년째 장기 집권 중인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했다. 그는 “민주화를 위해 야수의 심정으로 유신의 심장을 쏘았다.”라는 말을 남기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기온이 올라가는 흐름의 봄과 다르게 가을이 깊어지는 시월은 기온이 내려가는 흐름이다. 감각과 의식은 또렷해지고 마음은 차분해진다. 하늘 높은 공원의 벤치에 앉아 책을 읽어도 좋고, 빨갛고 노란 단풍이 가득한 산을 올라도 좋다. 갈고닦은 실력을 뽐내는 운동회도 좋고,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는 축제 한마당도 좋다. 10월에는 뭘 해도 좋다.


아무리 10월이 좋아도 그 끝은 있다. 사람들은 시월의 마지막 밤을 노래한  ‘잊혀진 계절’을 들으며 그해 시월의 기억을 저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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