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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길동 Feb 01. 2024

아니 벌써 2월

세월이 분다


벌써 2월이다. 어느 시인은 ‘벌써’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달은 2월이라고 했다. 한 해가 시작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이라니.... 하지만 그저 놀라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그러기에 2월은 짧다.




2월의 마지막 날은 28일이고, 4년에 한 번씩 29일이다.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365.2422일 이기 때문에 1년을 365일로 정하면 모자라는 시간을 4년에 한 번씩 추가한다. 그러고도 안 맞는 시간은 백 년에 한 번꼴로 변화를 준다. 그래서 2월은 다른 달과 비교하여 3일, 또는 2일이 적다. 2월이 짧은 또 다른  이유는 이런저런 일이 많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월급쟁이는 좋고, 월급 주는 사장은 힘들다.


음력 1월 1일인 설날은 2월인 경우가 많다. 설은 우리나라 최대 명절로 온 식구가 한데 모여 차례를 지내고 새해 인사로 세를 드리는 날이다. 어떤 가족은 3일간의 명절 연휴에 여행을 떠나 그곳에서 차례를 지낸다. 요즘은 차례를 생략하기도 한다. 살면서 온 가족이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내는 날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변 가고 있다.


2월 4일은 암의 날이다. 생각보다 주변에 암 환자가 많다. 조기 검사로 치료 가능성이 커졌지만, 암은 여전히 두렵고 어려운 병이다. 암 환자를 남의 이야기로만 생각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2월의 평균 기온은 영상이다. 얼었던 땅이 녹는다. 아직 겨울이지만 봄기운이 시작된다. 2월 4일은 첫 번째 절기인 입춘이다. 예전에는 대문이나 집안에 한 해의 운을 비는 마음으로  '입춘대길 만사형통(立春大吉 萬事亨通)을 붙여 놓고 봄맞이를 다. 2월 19일은 두 번째 절기인  우수다. 우수(雨水)는 빗물이라는 뜻으로 겨의 마지막 날이고 봄을 시작하는 첫날이다. 예로부터 농민들은 이 무에 한 해 농사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마음에 봄이 왔다는 본격 표시는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에 드러난다. 로마시대 황제의 허락 없이 젊은 남녀를 결혼시켜 준 죄로 순교한 밸런타인 사제기리는 날이라는 원래 유래와 다르게,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을 건네며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 됐다. 일본 제과회사의 마케팅으로 시작된 풍습이지만, 이젠 가까운 주변 사람들에게 달콤한 초콜릿을 나누며 따듯한 봄의 마음을 표현하는 날이기도 하다.


2월엔 초중고와 대학교의 졸업식이 있다. 긴 수고 끝에 마친 공부 여정을 꽃다발과 선물로 축하하고, 다음 단계를 응원하는 모습은 정겹고 약동하는 봄  야기 시작이다. 넉넉지 않았던 시절엔 졸업식을 마치고 중국집에 가서 모처럼 탕수육을 시켜 먹던 날이었다. 지금은 촌스러운 옛날이야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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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은 복합적이다. 겨울도 있고 봄도 있다. 마침도 있고 시작도 있다. 다짐도 있고 포기도 있다. 고백도 있고 거절도 있다. 그러는 중에 정신이 산만해지고 중심을 잃고 한 해의 계획이 벌써 흐지부지 되기도 한다. 계란을 남이 깨면 프라이가 되고, 스스로 깨면 병아리가 된다는 말처럼 닦치는 일에 밀려가지 말고, 해야 할 일을 끌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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