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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길동 Oct 12. 2024

유통기한 지난 빵

내 안에 아내 있다 25


아내는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하루에 있었던 일들을 얘기한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즐겁다. 잠시지만 떨어졌다 만나는 반가움이 있고 사람들의 이런저런 이야기는 일일 드라마처럼 흥미롭다.




 오늘은 옆 매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빵을 주면서 유통기한이 지났지만 맛있는 빵이고 김치냉장고에 보관해서 괜찮다며 아내에게 선심을 썼다. 아내는 고맙다고 말하고 빵을 집을 가지고 왔지만  버릴 거라고 했다.


나는 그 얘기를 듣고 참 잘했다고 말했다. 어떻게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줄 수 있냐며 화를 냈다면 다툼과 갈등이 생겼을 텐데, 오히려 분위기가 좋았으니 지혜로운 대응이었다. 아마도 상대방은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도 냉장고에 잘 보관하면 크게 문제가 없다는 생각으로 빵을 주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도 문제없을 수 있다. 하지만 유통기한에 예민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행동하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만일 아내가 옳고 그름을 따져 화를 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상대는 크게 무안해했을 것이고, 그때의 분위기도 급 안 좋아졌을 것이다. 따져서 말한 사람 역시 마음이 무겁고  불편해졌을 것이다. 어쩌면 다시 얼굴 보지 않는 관계가 되었을 수 도 있다. 그런데 아내의 지혜로운 대처로 상대를 위한 마음을 확인하고 더 좋은 관계가 되었으니 다행이다.


유명한 이솝 우화로 여우와 두루미 이야기가 있다. 여우가 두루미를 집으로 초대하여 납작한 접시에 음식을 내었는데, 부리가 긴 두루미가 제대로 먹지 못했다. 다음엔 두루미가 여우를 자기 집으로 초대하여 목이 긴 그릇에 음식을 내었는데, 여우가 먹지 못했다는 이야기이다. 상대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에게 교훈을 주는 이야기다.


살다 보면 여우와 두루미처럼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고 행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좋은 뜻으로 말하거나 행동했는데 그 뜻이 잘 못 전달되어 오히려 욕을 먹기도 한다. 실제로 사람들은 정성스러운 선물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겨 마음이 상하기도 한다.  



상대의 만족스럽지 않은 행동에 불만을 표하기 전에 먼저 그 마음을 헤아려 보자.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문제 삶지 아야 하듯, 주는 물건이 아니라 그 마음을 보자. , 다음부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적당한 때에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전달할 필요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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