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하루에 있었던 일들을 얘기한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즐겁다. 잠시지만 떨어졌다 만나는 반가움이 있고 사람들의 이런저런 이야기는 일일 드라마처럼 흥미롭다.
오늘은 옆 매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빵을 주면서 유통기한이 지났지만 맛있는 빵이고김치냉장고에 보관해서 괜찮다며 아내에게 선심을 썼다. 아내는 고맙다고 말하고 빵을 집을 가지고 왔지만 버릴 거라고 했다.
나는 그 얘기를 듣고 참 잘했다고 말했다. 어떻게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줄 수 있냐며 화를 냈다면 다툼과 갈등이 생겼을 텐데, 오히려 분위기가 좋았으니 지혜로운 대응이었다. 아마도 상대방은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도 냉장고에 잘 보관하면 크게 문제가 없다는 생각으로 빵을 주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도 문제없을 수 있다. 하지만 유통기한에 예민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행동하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만일 아내가 옳고 그름을 따져 화를 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상대는 크게 무안해했을 것이고, 그때의 분위기도 급 안 좋아졌을 것이다. 따져서 말한 사람 역시 마음이 무겁고 불편해졌을 것이다. 어쩌면 다시 얼굴 보지 않는 관계가 되었을 수 도 있다. 그런데 아내의 지혜로운 대처로 상대를 위한 마음을 확인하고 더 좋은 관계가 되었으니 다행이다.
유명한 이솝 우화로 여우와 두루미 이야기가 있다. 여우가 두루미를 집으로 초대하여 납작한 접시에 음식을 내었는데, 부리가 긴 두루미가 제대로먹지 못했다. 다음엔 두루미가 여우를 자기 집으로 초대하여 목이 긴 그릇에 음식을 내었는데, 여우가 먹지 못했다는 이야기이다. 상대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에게 교훈을주는이야기다.
살다 보면 여우와 두루미처럼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고 행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좋은 뜻으로 말하거나 행동했는데 그 뜻이 잘 못 전달되어 오히려 욕을 먹기도 한다. 실제로 사람들은 정성스러운 선물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겨 마음이 상하기도 한다.
상대의 만족스럽지 않은 행동에 불만을 표하기 전에 먼저 그 마음을 헤아려 보자.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문제 삶지 말아야 하듯, 주는 물건이 아니라 그 마음을 보자.단, 다음부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적당한 때에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전달할 필요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