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의 시간이 주는 작은 (하지만 소중한) 기쁨을 소박하게 느껴본다
오랜만에 개인의 시간을 갖기로 한 날이건만 늦게 잠든 탓일까, 아침부터 몸이 무겁다. 그래도 '이 얼마나 귀한 시간인데.' 싶어 시리얼을 대충 말아 먹고 집을 나섰다.
매일 함께 나가다 보니 소망이는 저도 함께 가는가 싶어 얼른 신발을 신는다. "소망아, 아빠 다녀올게." 다급함을 느낀 녀석은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며 신발장에서 서두르는 몸짓이다. 신발을 양쪽 반대로 신고는 나를 따라 나온다. 결국 집 앞 마을 길에서 아내와 함께 나온 소망이와 인사를 나눴다. "소망아, 아빠 다녀올게!" 그러면 소망이는 "바이바이." 하고 여러 차례 반복, 계속되는 인사에 앞집 아주머니들도 "우리도 바이바이." 하신다. 여름날 아침, 시골집에 사는 가족다운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불과 몇 달 전, 나는 매일 아침 이렇게 서울의 아파트 집을 나섰고 소망이는 신발장에서 당연한 듯 그걸 받아들였었는데 (아직 자고 있을 때도 많았고.) 이제 소망이에게 아빠는 매일 함께 집을 나서 산으로 바다로 안내하는 존재가 되었나보다.
버스를 갈아타고 삼화지구 번화가까지 왔다. 얼마 전에 봐두었던 1인 스터디석이 많은 카페를 목적지로 달려왔건만 무거운 몸을 한 나는 오늘 그리 많은 업무를 하지 못할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아파트 단지 사이를 조금 걷다가 들어선 곳은 코인 노래방... 35살 아저씨가 (혹은 청년이?) 가슴 한켠의 열정 혹은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장소다. 어려서부터 늘상 좋아했던 노래, 그러면서도 대학, 직장, 결혼, 육아를 거치며 이전보다 그 열정과 기쁨의 정도와 빈도가 약해진 나의 취미이자 특기를 속시원히 펼치는 데는 3천원밖에 들지 않는다. (9곡에 3천원, 서울보다 비싸다.)
노래방에서 나와서는 카페로 갔느냐고? 치킨집으로 갔다. 아무도 없는 대낮의 치킨집에서 칸풍치킨 반마리를 시키고는 유튜브와 탄산, 치킨,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이 주는 작은 (하지만 소중한) 기쁨을 소박하게 느껴본다. 유부남의 다소 찌질한 모습으로 보일까? 뭐, 괜찮다. 일상 대부분을 가족과의 시간으로 채우고 있는 요즘이니 별 것 아닌 노래 몇 곡과 치킨이 일상의 리프레시를 시켜준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 아내를 포함한 수많은 엄마들, 특히 육아를 전담하는 엄마들은 다 비슷하겠지? 참 어려운 일이다, 아이를 돌보고 양육한다는 것은.
2023년 7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