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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망이 아빠 Aug 17. 2023

한뼘 더 넓은 마음과 시야를 키워나갔으면

"제주로 오면서 지역사회와 아이들을 위해 무언가 나누고 싶었는데"

몇 주 전에 구좌읍에 있는 들락날락센터라는 곳에 소망이를 데려간 적이 있다. 그곳은 행원리에 위치한 행원교회에서 만든 어린이·청소년 놀이·문화 센터로,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부족한 지역 사회를 위해 몇 년에 걸쳐 설립·발전시켜 온 곳이었다. 들락날락의 '락'은 '즐거울 락'으로 누구나 쉽게 오가라는 뜻 외에 '즐거움'을 중요한 가치로 두고 있다고 했다. 나는 그 취지가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거기서 만난 아이들이 참 착하고 순수한 것에 좋은 인상을 받았다.


처음에는 두 살이 채 안 된 소망이가 놀기에 한참 큰 초등학생 언니 오빠들이 뛰어다니는 곳이 괜찮을까 싶었는데 어느덧 아이들은 어린 동생의 손을 잡고 데리고 다니며 놀아주었고 심지어는 소망이를 번쩍 안고 징검다리 따위를 건네주는 등 참 따듯하고 착한 모습을 보였다. 최근 아이들이 모이는 놀이터 등에서 다른 아이를 밀치거나 욕심이 많은 아이들을 몇 차례 겪었기 때문에 그게 더 인상적이었다.


제주로 오면서 지역사회와 아이들을 위해 무언가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착하고 따듯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비록 구좌읍 행원리는 우리 마을은 아니지만) 여기에서 봉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제는 들락날락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재능기부 담당자를 부탁해 최근에 방문했던 사실과 느낀점을 전했고 간단한 나의 배경과 함께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다만 입시나 성적과 관련된 것이 아닌 Daily conversation과 Books for children 같이 보다 생활속에 스밀 수 있는, 내가 우리 소망이에게 해주고 있는 '활동'들을 하고 싶다는 의도도 전했다. 다행히 담당자 분은 매우 반가워했고 지역에서 꼭 필요로 했던 거라며 감사 인사를 하셨다. 나도 기뻤다.


초등학생 아이들을 위한 영어 활동을 준비한다면 나는 어떤 가치를 기준으로 삼을 것인가. 거창할 것 없이 내가 평소 소망이에게 영어를 접하게 하는 이유를 생각해봤다. 그리고 며칠 뒤, 아래와 같은 '영어활동 소개문'을 작성했다. 아이들의 부모님들께 나와 활동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적어봤다.




"저는 24개월 딸아이 소망이와 뱃속 아이 다니엘의 아빠입니다. 평소 소망이에게 영어로 얘기하기도 하고 책도 우리말과 영어 모두 접하도록 하고 있는데요, 나중에 영어 성적 잘 받는 아이가 되길 바라는 마음은 아닙니다. 그럼 제가 왜 아직 어린 아이에게 꾸준히 영어를 접하게 하는 걸까요?     


- Open-minded:

첫 번째는 열린 마음입니다. 저는 다른 문화권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그 언어를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어를 통해 그 문화가 우리와 어떻게 다른지 배울 수 있고, 다른 언어를 꾸준히 접하고 공부하는 아이는 ‘나와 다른 것’에 대해 이해하고 존중하는 Open-minded person으로 자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Globally-oriented:

또 하나는 Globally-oriented person입니다. 저는 소망이가 활동할 무대가 어느 한 나라로 특정되지 않기를 바라고, 아이가 자라고 자립하면서 더 큰 무대로 갈 기회가 여러 번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때가 왔을 때 소망이가 ‘준비’되어 있기를 바랍니다. Open-minded person, 그리고 Globally-oriented person으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부족하지만 아이가 다른 언어, 다른 세상에 대해 열린 환경에서 자라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작은 마을의 어린이·청소년 센터에서 진행하는 작은 영어활동이겠지만) 내가 어린이들을 가르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새삼 신기하다. 생각해보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이들을 대하는 걸 어색해했던 것 같은데 소망이를 키우며 자연스레 아이들을 대하는 말투나 태도 같은 것들이 조금씩 체득이 되어 온 것 같다. 9월부터 12월까지, 한 학기동안 진행할 영어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영어를 자연스레 접해보고 다른 문화에 대해 알아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비록 고층 빌딩이나 아파트는 없는 작은 마을이지만 한뼘 더 넓은 마음과 시야를 키워나갔으면 좋겠다.


2023년 7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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