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울증과 공황장애 증상에 대해
일단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심장박동 100 이상으로 시작한다. 보통 평온할 때의 심장박동은 80 정도. 눈을 뜨자마자 두근대는 심장 때문에 미쳐버릴 노릇이다. 위급상황도 아닌데 내 몸은 제멋대로 위급상황으로 인식해 버린다. 왜일까 생각해 보면 매일 도살장에 끌려가는 것 같았던 출근길의 트라우마 때문인 것 같다. 전 회사를 다닐 때에는 거의 몇 년 간 하루도 빠짐없이 하루 종일 심장박동 수가 100 이상이었던 적이 있었다. 난 내 갤럭시 워치가 고장 났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퇴사 후 거짓말 같이 내 심장박동은 보통 80을 기록했다. 달리거나 빠르게 걸었을 때에만 100을 넘었다. 항상 심장박동 100을 유지했던 그때가 비정상이었던 것이다. 몸이 위기상황이라고 감지를 해버리면 교감신경이 자극되어 손이 덜덜 떨리고 항상 긴장상태에 놓이게 된다. 그러한 상태로 나는 몇 년을 버틴 것이다. 약을 먹으면 긴장상태에 놓였던 기분이 가라앉는다. 일시적으로 평온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겨우 하루를 약으로 버틴 후 자고 일어나면 또다시 리셋된다.
항상 긴장상태에 놓여있다 보니 사람이 예민해지고 신경질적이 된다. 하루는 식당에서 남편과 고기를 먹다가 내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사람 많은 그 식당에서 고기와 젓가락을 집어던지고 소리를 지르며 나가버린 적이 있다. 평소의 나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충동적인 행동이었다. 다른 사람이 무심코 한 말에 나는 갑자기 초식 동물에서 육식 동물로 변해버리는 일이 잦았다. 게다가 전 직장은 직업 특성상 24시간 전화 대기를 해야 하는 직종이었다. 그 때문에 밤낮없이 불특정 시간에 울리는 문자, 전화 소리에 하루는 휴대폰을 부서질 듯 던져버린 적도 있었다. 그 뒤로는 일이고 뭐고 모두 무음처리를 해버렸다. 그러고 나니 조금 잠잠해졌던 기억이 있다.
어느 순간부터는 가슴이 항상 답답했다. 묵직한 무언가가 항상 가슴속에 얹혀 있었다. 특히 회사를 가면 그 증세는 심해졌다. 회사를 다니면서 만성 위염과 식도염까지 앓고 있었기에 그것 때문인 줄 알았다. 하지만 뭔가 울컥한 기분과 함께 묵직한 것이 명치 쪽에 걸려있는 느낌은 외과적인 무언가와는 달랐다. 정신과에 가서 선생님께 여쭤보니 화병이라는 말씀을 들었다. 그전까지는 화병이 무엇인지 이해를 못 했었다. 드라마에서 가슴을 마구 치며 우는 여주인공이 이해가 썩 가지 않았었다. 근데 어느 날 집에서 꺼이꺼이 울면서 가슴을 마구 치고 있는 나를 보며 그 여주인공이 이해가 갔다. 아, 이게 화병이란 거구나. 화병은 아무리 가슴을 치며 울음을 쏟아낸다고 해서 없어지는 건 아니었다. 항상 어딜 가든 따라다녔다.
우울증에 빠지면 어떤 것을 해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다. 한 때 나는 도피성 여행을 많이 다녔다. 국내던 해외던 주말이면 어디론가 훌쩍 떠났다. 그런데도 기분은 한 톨도 좋아지지 않았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루종일 죽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돈다. 이 세상에서 내가 소리소문 없이 증발해 버리고 싶다. 심지어 뉴스 속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연예인이 부럽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그렇게 되면 이 고통도 끝나고 편해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도 지금은 그때의 내가 미쳤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 당시에는 사는 것이 지옥이었다. 인간이 죽으면 천국이나 지옥에 간다는데 사는 것 자체가 지옥이구나 생각했다. 하루하루가 너무 고통스러웠기에 매일밤 또다시 올 내일을 무서워하고 흐느끼며 죽고 싶다는 말을 육성으로 내뱉었다. 남편은 놀라며 처음으로 우울증인 것 같으니 치료를 하자고 나에게 권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웅변대회에 자주 나가 상도 많이 탔고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내가 공황장애가 생긴 줄도 몰랐다. 우울증인 줄도 몰랐으니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루는 직장 동료의 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심장박동이 거의 130까지 튀어 오르고 식은땀이 줄줄 나고 손이 덜덜 떨리고 정신이 없었다. 회사 사람들이 많으니 억지로 웃었지만 정말 나는 뭐가 뭔지 도통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내가 왜 이러는 건지 생각할 시간도 없이 많은 인파에 휩쓸려 회사 사람들과 통상적으로 교류해야 했다. 그 뒤로도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똑같은 증상을 겪었다. 말도 제대로 못 할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나중에 정신과에 가서야 이것이 중증 공황장애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회사 생활 도중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하는 일이 있었는데 그때는 이미 내가 공황장애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모든 스크립트를 짜서 거의 읽기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절대 발표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나의 판단이었다. 내 예상대로 발표가 시작되자 내 머릿속은 하얘졌고 목소리는 덜덜 떨렸다. 스크립트가 없었다면 식은땀만 줄줄 흘리고 아무 말도 못 하다가 발표 시간이 끝나버렸을 것이다. 이 증상은 거의 5년 간 지속되었고 지금도 완전히 나아진 것은 아니다. 현재는 독서모임에서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연습을 꾸준히 하다 보니 많이 호전된 상태이다. 5년 전 나에 비하면 정말 비약적인 발전이다.
나는 17살 때부터 류머티스 관절염이라는 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다. 거의 20년간을 앓아왔는데 이 병도 무시무시한 병이긴 마찬가지이다. 온몸의 관절이 파괴되고 심각한 경우에는 변형되어 잘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이 병을 진단받고 나서는 정말 힘든 시간들을 보냈다. 몸이 아프니 성적도 많이 떨어져서 좌절했던 시간도 있었고 하늘을 원망한 적도 많았다. 물론 이렇게 아프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나는 굳이 고통의 우열을 가리자면 이 무시무시한 류머티스 관절염보다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았을 때가 더 고통스러웠다. 그만큼 우울증이라는 병의 무서움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우울증을 쉽게 말하는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다. 우울증은 죽음과 가까운 심각한 병이라는 것을. 겉으로 티 나지 않는다고 해서 아프지 않다는 게 아니라는 것을. 속은 썩어 문드러져 아예 껍데기만 남아 텅 비어버렸을 수 있다는 것을.
우울증은 병이 아니라 정신 상태가 나약해서 걸리는 것이라던가 공황장애는 연예인이나 걸리는 병이라는 등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과연 본인이 우울증과 공황장애에 걸려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인간은 자신이 겪어보지 못한 일에 대해 참 쉽게 말한다. 남의 고통을 쉽게 말하는 사람과는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 기본적으로 배려심과 예의가 없고 무식해서 그런 말을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우울증은 죽음과 가까운 병이다. 억지로 나 자신을 세상에서 없애버리기까지 하면서 고통을 끝내고 싶어 하는 고통스러운 병이다. 얼마나 고통스러우면 죽음을 생각할지 가늠이나 해봤는가. 우울증은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고 꾸준한 노력이 있어야 어쩌면 완치가 되는 심각한 질병이라고 읍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