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용연 Jul 23. 2023

잘 쉬고 있나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그 이상의 휴식을 위해

외국계 회사에 약 8년째 근무 중이다. 그중 2/3 이상은 유럽(독일)에 본사를 둔 회사를 다니고 있다. 다양한 문화적 차이가 있지만, 가장 부럽고도 여전히 신기한 건 그들의 휴가 문화이다. 아무리 긴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더라도 쉽게 자신의 휴가 시간을 할애하면서 까지 일을 끌고 오진 않는다. 물론 사람 by사람, 상황 by 상황일 수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한국과 비교해 보면 그렇다.


일단 휴가 기간 자체가 다르다. 최소 기본 3주. 휴가 기간에 몰입할 시간 1주, 온전히 휴가를 즐길 시간 1주, 다시 휴가에서 일상으로 복귀할 마음의 준비의 시간 1주. 우리도 적절한 휴가 일수가 주어진다면 시도해 봄직하지만, 솔직히 쉽지 않다. 특히나 실무 레벨에서는 더더욱. 내 일을 대신해줘야 할 사람에 대한 미안함, 대체자가 없을 때 돌아와서 해야 할 일이 쌓여있는 것에 대한 부담감, 설령 가더라도 스마트폰으로 아웃룩을 계속 보게 되는 슬픈 습관들.. 다행히 요즘은 문화가 많이 바뀌었지만 모두가 그런 것도 아니다. 작은 규모의 회사는 주말에 붙여 연차를 쓰는 것조차도 눈치 보는 실정을 들어보면 씁쓸하다.

정말 습관적으로 들여다보는 저 outlook어플..


하지만, 꼭 연차를 내고 멀리 떠나야 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퇴근 후, 주말 등 저마다의 소소한 휴식의 시간들이 우리에겐 늘 주어진다. 과연 나는 평소에 잘 쉬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쉽사리 yes라고 대답하기 어렵다. 쉴수록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은 아이러니한 마음이 든다. 계속 외부의 새로운 자극으로 내 일상을 채워야 할 것 같고, 퇴근 후에 일상적인 집안일을 할 때조차 계속 뭔가를 하려고 든다. 이를테면 팟캐스트를 듣거나, 영어 청취를 한다던가…. 이런 나 같은 사람은 아무리 긴 휴가 기간이 회사에서 주어지더라도 제대로 쉬지 못할게 분명하다.


휴식을 취하면서도 주의가 요구되는일을 한다..! 딱 나네. 의미중독자


휴식도 연습이 필요하다. 잘 자고, 잘 먹고, 잘 노는 것도 쉬워 보이지만 평소에 안 해본 사람은 시간이 주어져도 잘 못한다. 요즘 새 업무를 담당하며 잘하고 싶은 마음에 그 일에 과하게 신경을 쏟다 보니 한 번도 겪지 않았던 월요병이 오고, 꿈에도 일하는 장면이 나오고, 퇴근 후 주말 시간조차 뒤쳐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 일과 관련된 공부를 했었다.


과거형으로 말하는 이유는 문득 이게 일을 잘하기 위한 정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평소 꾸준히 해오던 취미 활동 시간이 줄고 금방 번아웃이 올 것 같았다. 일을 오래 하고 싶다면 잘못된 방향이었다. 그래서 요즘은 퇴근 후에 반드시 일과 무관한, 특히나 내 몸을 움직이는 딴짓을 많이 한다. 동네 걷기, 달리기, 유튜브에서 보고 해보고 싶었던 요리하기, 청소 등등. 나만의 휴식의 기술을 연마 중이다.

사유의방에서 본 두 반가사유상. 휴식과 사유의 정석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휴식도 지양하자. 그냥 내 몸과 마음이 편해지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으니, 화려할 필요도 없으니 그저 나를 잘 돌 볼 수 있는 휴식의 기술을 스스로 연마해 보자.

이런 맑은 날 하늘보며 멍때리는것도 진정한 휴식의 방법
매거진의 이전글 하면 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