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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용연 Apr 22. 2024

출산율에 대한 고찰

임신한, 일하는 여성의 입장에서 바라본 생각들

저출산이 화두다. 이제는 정말 피부로 와닿을 만큼, 학교에는 아이들과 반이 사라졌고, 어린이집이 있던 건물은 ‘어르신 유치원’으로 변하는걸 바로 코앞에서 목격한다. 원인을 분석하는 기사는 하루가 다르게 나온다. 제일 기분 나쁘고 어이없는 분석 요인 중 하나는 ‘여성의 사회적 진출 확대가 저출산을 가져왔다 ‘는 식의 기사이다. 물론 상관관계가 없진 않겠지만, 마치 여성이 자기 커리어를 우선적으로 챙긴 ’ 이기적 주체‘로 비친다.  국가의 숫자를 높이기 위해 아이를 낳아야 하는 의무는 원래부터도 없었다.


https://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4/04/15/2024041500131.html


나는 현재 임신 중인 여성이고, 정말 감사하게도 출산/육아 관련 서포트를 많이 해주는 회사에 다니고 있다. 아무도 뭐라 하지 않고 당연한 권리를 누리라고 말씀해 주심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편엔 불안함이 존재한다. 외국계회사다 보니, 나라마다 출산&육아 휴직 정책도 다르기에, 해외 매니저들에게 1년을 쉰다고 하면 눈이 동그래지면서 ‘그렇게나 길게? 법적으로 1년인 거지? 여긴 3,4개월인데 ‘라는 질문들도 돌아온다. 정말 궁금해서 물었을 수도 있겠지만, 처음에 이 질문을 들었을 때 ’ 그렇게나 길게 쉰다고?‘라는 불안한 해석을 하기도 했다. 대체자가 없이 누군가에게 일을 인계하고 가야 한다는 미안함, 고마움도 있다. 아마 내가 일하는 자아를 놓치고 싶지 않기에, 커리어 단절에 대해 어쩔 수 없이 걱정하게 되는 것 같다. 실제로 출산 후, 혹은 육아를 하다가 버거워서 결국 일을 그만두거나 전업 육아를 고민하는 친구, 언니들이 꽤 많다. 그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조금은 씁쓸해진다.


아직은 아이를 키워보기 전이라, 피부로 와닿는 육아의 어려움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은 알아가고 있다. 물리적으로 출산은 여성이 한다는 이유로, 오롯이 여성이 책임져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다행히 나의 남편은 깨어있는 사람이고, 그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모든 과정을 함께하고 있다). 남성이 임신, 출산, 육아에 기여할 수 있는 국가적 제도는 아직 부족하다. 예를 들어, 산부인과 정기검진만 해도 ‘모자보건법’에 따라 산모, 즉 엄마만 유급휴가가 가능하고, 남성 출산휴가인 10일도 신생아를 집으로 맞이해서 적응기를 가지기엔 턱없이 짧다. 더 쉰다고 하면 ‘애는 와이프가 낳았지 네가 낳았냐?’는 망언을 하는 사업주도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남자가 육아휴직을 여성만큼 쓴다는 건 ‘용기 있는 결단’으로 칭송받을 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돈주는거? 물론 좋아..좋지 좋은데.....! 그 다음은? 2세부터는?


저출산이 드디어 피부에 와닿는지,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요 근래 많은 신생 정책들을 내세운다. 신생아 특례대출, 부모급여 확대, 첫 만남 바우처 등등. 낳고 나서 1-2년 정도까진 좋은 정책들이다. 그렇지만 막상 아이를 이미 낳아 키우고 있는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태어나서 1-2년보다, 그 이후의 지원이 더 중요한데 여기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아이를 낳으라고 해서 낳았지만, 아이러니하게 원하는 어린이집 들어가기가 하늘에 별따기라 태어나자마자 1년간 입소대기를 해야 하는 것이 단적인 예시(국공립 인기 어린이집은 대기가 거의 200명인 곳도 있다)


두 달 뒤면 아이가 태어날 예정임에도, 너무 비관적으로 바라본 것 같아 미안해지지만 이건 주관적인 나의 생각이 아닌 현실이다. 단기적인, 퍼주기식 현금성 지원 말고, 정말 다각도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주지 않는 이상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는 청년의 수는 점점 더 감소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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