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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용연 May 24. 2024

아이에게 남기고 싶은 것들

벌써 10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이제는 임신을 넘어, 낳은 뒤 '어떻게 키워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든다. 결혼 후, 딩크로 살겠다는 마음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아이를 가지는 것에 대해 고민했던 이유 중 하나는 “아이가 행복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사회일까?”라고 질문했을 때, 쉽사리 긍정적인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빠는 너무 디스토피아적 관점이라 했지만, 글쎄 어떻게 키워야 아이가 행복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무우 크기가 된 임파랑

어차피 지금 고민해도 아이의 성향, 양육자의 태도, 주변 환경 등등 정답이 없는 게 육아가 아닐까. 가족이 한 팀을 이뤄 최소 20년을 끌어가야 하는 장기레이스라고 본다. 이 과정에서 적어도 부모 중 한 사람으로서 나는 어떤 것을 최소한 아이에게 가르쳐주고 물려주고 싶은지 생각해 본다. 돈, 부동산처럼 물질적인 것도 물론 다다익선이지만, 일단은 살아가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될 만한 무형적 자산들, 태도들은 뭘까.

매우 공감하는 오은영샘의 말

우선 첫째로는 정신적 & 육체적 건강. 언제 어디서 무얼 하든, 누구로 살아가든 간에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건강한 것이 제일 중요하다. 이 건 내 삶의 첫 번째 신념이기도 하다. 육체적으로 건강하려면 많이 뛰놀고, 타인을 의식하는 운동이 아닌 내 몸을 잘 돌보기 위한 나에게 맞는 운동들 찾는 것. 정신적으로는 늘 나의 마음을 잘 돌보는 것, 내 중심을 지키든 것(독서, 글쓰기, 타인과의 대화 등을 통해) 등 정서적 근육을 키우는 정도가 되겠다. 아이의 건강한 삶을 위한 조력자가 돼주어야지.


두 번째로는 외국어 역량. 아마, 파랑이의 시대에는 AI에 기반한 실시간 통역기가 대중화돼있을 것이기에 외국어 공부가 필요할지는 모르겠다. 그럼에도 언어의 근본은 사람과의 대화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외국어를 유창하데 잘하진 않지만 영어를 할 줄 알게 되면서 교류하는 사람의 범주, 세상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는 범위가 넓어졌다. ‘파랑이'라고 태명을 지은 이유도, 파란 하늘과 바다처럼 넓은 세상을 경험하며 자라길 바라는 속뜻이 있었기에, 외국어를 배우며 더 넓은 세상 속에서 살아갔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는 경험력에서 오는 자생력. 개인적으로 20대 중반까지의 나는 온실 속의 화초였다. 물론 부모님은 아낌없이 사랑을 주고 지원해 주셨지만, 가끔은 '나를 위한다'는 이유로 뭔가 갈등, 힘든 상황, 틀에서 벗어난 것에 뛰어드는 것을 선호하지 않으셨다. 무언가 루틴에 벗어나는 경험을 하려고 물었을 때 항상 돌아오는 반응은 방어적 기제, 부정적 반응이었다. 그래서 무언가 경험할 때 항상 부모님의 눈치가 보였다. 그걸 파고들고 나왔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나도 잘못이지. 아무튼 나의 자녀에겐 스스로 뛰어 들어서 일단 해보게 하는 자세를 키워주고 싶다. 살다 보면 ‘희와 락만 있는 건 어니니까. 조력자는 되어주고 들어주되 최종 결정은 ‘up to   you' 뭐든 본인이 직접 깨달아야 한다.


출처: 국어사전

이건 아이를 낳기 전의 생각이고, 키우다 보면 바뀔지도 모르겠다. 스스로 내 글을 보고 이상에 갇혀있었다고 비웃을지도 모른다. 직접 육아에 뛰어들며 3년 뒤, 5년 뒤 이상과 현실은 어떻게 다른지 관찰해 봐야지. 나도 아직 경험하며 배워야 할 게 너무도 많다. 좋은 일이다.

안미옥 시인님의 육아일기이자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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