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구석에 있는 것들 (작은 이야기) - 2
가끔 그런 생각을 해. 런던의 작은 테이트미술관에서 느낀 감정을 한국에서 다시 느낄 수 있는가. 향수에 젖는 건 피하고 싶지만 그래 그런 기억이 있다는 건 사실이니까. 바글바글한 관광지가 아닌 작은 미술관이지만 충분히 아름답고 충분히 반할만한 그림들. 충분한 관람객. 그리고 지하의 평범한 카페까지.
평범한 카페. 지하지만 야외정원이랑 연결되어 있어 햇빛이 들어왔던 거 같아. (미화된 기억일 수 있음) - 한쪽 구석에 나무의자가 위태롭게 쌓여있는데서 묘한 생활감을 느꼈다. - 뻥 뚫린 아치문을 지나면 적당한 크기의 카페테리아가 있다. 아마 맛은 평범할 영국 음식들, 혹은 맛이 썩 나쁘지 않을 디저트들과 홍차를 먹고 마실 수 있는 곳. 내 생각엔 미술관의 카페는 맛집이 될 정도로 맛있거나 멋있지 않아도 된다. 평범함이 주는 감동이나 감정이 다음에 또 발걸음을 옮길 수 있게 만든다.
다음에 가서 똑같은 그림을 보고 똑같은 기념품을 보고 똑같은 자리에 앉아 전에 시켰던 홍차를 한 잔 또 마신다고 하여도 괜찮은 것. 어느 때나 그 자리에 그 분위기에 녹아내릴 수 있다는 확신과 현지의 일상이 주는 평범함이 얼마나 매력적일 수 있는지 알게 된 경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