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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름 Sep 08. 2019

잠에서 잠으로

시 읽기 - 임승유 '미니멀리즘'


우리 둘 나눈 말들은 멀리 날아가도록 두기로 하고

잠에서 다시 만나자.



 미니멀리즘


 방바닥에 초록 잠이 가로세로 펼쳐져 있는게 보이니?


 자고 일어나서 잔 적이 없다고 하는 너에게 잠을 배달해주고 싶어

 공업사에 전화를 걸었어


 초록 컬러 필드로 해주시고요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는 말고요 비집고 들어오는 노란빛은 없애주시고요 플랫하게 해주세요 플랫슈즈를 신은 소녀가 플랫, 플랫, 걸어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말랑말랑 폭신폭신 꽃잎도 그렇게 피어나게 바람도 그렇게 불어오게

지난밤 너무 많았던 나는 없었던 걸로 지워주시고요


 패턴과 패턴 사이를 가볍게 건너가는 거야

뒤돌아 보기는 없는 거고 뒤돌아보지 않는 게 이곳의 룰이라는 건 너나 나나 잊지 말기로 하고




임승유 시집 '아이를 낳았지 나 갖고는 부족할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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