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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름 Oct 19. 2018

도로 위의 세 사람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보게 된 CCTV 속 세 사람

인스타그램 피드속에서 우연히 찾은 사진. 터키로 추정되는데, 왜 그들이 도로위에 있는지는 모른다



 가끔 그들은 어디서든 만나곤 했다. 홍차와 밀크티 또는 커피를 마시면서 쿠키를 나눠먹으며 카드게임을 했다.


 그중 의사는 꽤나 깔끔한 사람이다. 또 한 명은 노숙자. 더러운 식탁이 익숙하다. 그리고 젊은 여자. 무엇에도 흥미가 없다. 그들은 순서 없이 식탁을 돌아가며 보관하고 비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졌다. 깔끔한 의사는 이 식탁을 좋아했다. 깔끔 떨지 않아도 좋다며. 노숙자도 이 식탁을 좋아했다. 유일하게 편안히 의자에 앉을 수 있는 시간이니까. 여자도 이 식탁을 좋아했다. 몇 년 전 죽은 애인이 늘 마시던 커피와 그와 즐겨했던 카드게임이 그녀에게 좋지 않은, 하지만 잊어서는 안 될 것 같은 기억을 상기시켰다. 그러나 식탁과 의자는 누구의 것도 아니며 어디서 왔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누구에게는 생의 마지막 시간. 혹은 또 다른 누군가는 남겨진 식탁을 처분해야 하는 운명을 가진 밤. 특별히 마지막 카드게임과 티타임을 새벽 도로 위에서 즐기는 세 사람. 우리가 없더라도, 언젠가 오늘이 아니어도 차 하나쯤은 지나가겠지. 여긴 꽤 조용한 동네지만 가끔 지나가는 덩치 큰 화물차 때문에 시끄러운 곳이니까. 그저 각자의 차, 커피, 카드게임과 쿠키에 집중하자. 아니 겁이 나면 피하자. 어차피 공중으로 날아올라 분해되는 건 이 식탁과 의자일 거야. 우리가 아닐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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