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현 Aug 18. 2023

너나, 잘하세요.

친절한 금자씨(2005)

친절한 금자씨(2005)
“이금자는 어려서 큰 실수를 했고, 자기 목적을 위해 남의 마음을 이용하기도 했지만, 그토록 원하던 영혼의 구원을 끝내 얻지 못했다. 그래도, 그렇기 때문에 나는 금자씨를 좋아했다.”


 3부작의 복수 시리즈는 다소 허망하게 매듭지어진다. 복수는 ‘나의 것’임을 천명하거나, 끝끝내 서로를 파멸시켜 끝을 봤던 전작과 달리 금자씨에게는 복수를 통한 찰나의 안식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올드보이>의 경우 대수가 근친상간이라는 덫에 걸려든 것일 뿐, 복수라는 시도 자체의 결점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친절한 금자씨>는 제니를 등장시킨 이래로 복수의 당위성을 반복해서 조명한다. 고백하건데, 나는 그녀가 복수를 포기하게 될까 두려웠다.


 비트겐슈타인이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라”라고 말했던가. 인간은 딱 경험한 만큼의 삶에 대해서만 운을 띄울 수 있다. 금자씨의 주도면밀했던 복수가 점차 흔들렸던 이유는 ‘유아살해’라는 명제에 제니를 대입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백선생과 함께 죄를 짊어졌으며 따라서 처벌자가 될 수 없었다. 원목의 환영이 그녀에게 변명을 허락하지 않았던 것은 이의 연장선일 것이다.


 어쩌면 복수를 꿈꾸는 자에게 영원한 안식은 없지 않을까. 그러나 이 게임의 모순은 자신의 죄를 ‘아는 자’가 더 무거운 짐을 지게된다는 것에 있다. 그럼에도 비로소 죄를 인식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영혼은 고귀하다. 그것은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어떤 종교인들이 이끌어낼 수 없는, 온전히 홀로 겪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비록 당신이 평안할 수는 없더라도 옅어질 고통 속에서 작은 행복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어떤 종교인 중 한 명으로서, 당신의 속죄가 우리에게 망치가 되길 바라는 사람으로서. 금자씨, 안녕.

작가의 이전글 늦은 발걸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