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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선 Oct 25. 2024

[에세이] 어떤 노력

2024.10.16. 에세이. 어떤 노력

의도치 않게 자연스럽게 시작된 노력이 있다.

사랑니를 뽑았다. 평생 뽑을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어제 하나를 뽑았어. 생각보다 너무 자연스럽게, 쉽게 뽑혀서 놀랐다. 처음 뽑는 거라 긴장했는데, 무색할 만큼 발치는 간단했다. 15분 정도였을까. 통증이나 출혈도 거의 없었다. 후유증도 아직은 없다. 그토록 오래 품어온 뼈의 일부를 제거하는 게 이토록 간단할 줄은.

발치 후의 후련함은 잠시. 신경치료를 해야 한다 했다. 어금니의 신경이 죽어있다고. 하, 뭐 이렇게 고장난 곳이 많지, 한숨이 나왔다. 한숨을 푹-푹- 쉬는 내게. "괜찮아, 그냥 치료받으면 되지" 다독이는 말. 누군가 옆에 있다는 게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그래, 그냥 치료받으면 되지. 바로 일정을 잡았다. 빠른 시일 내 치료를 마치고 싶어. 앞으로 근 한 달간의 일정. 시험 결과 발표일 전 모든 걸 종결짓고 싶다.

성경을 보고 있다. 지금의 내게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아닐까 하고. 오래 묻어둔 성경책을 꺼냈다. 요한복음, 결과 발표일까지 한 달 남짓, 매일 1장씩 읽어보려 한다. 그럼 그날까지 혹은 그 전에 다 읽어볼 수 있을 거라고. 매일 자기 전 말씀을 읽고, 묵상하고 기도한다. 지금의 이 시간이 내게 정말 유의미한 시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조금 더 믿음이 자랄 수 있기를, 평안하고 단단한 내면을 갖기를.

어쩔 수 없이, 금주 중. 지금의 내게 필요한 것이었으나, 자발적인 의지로써 해내기 참 어렵다 생각했던 것. 그걸 강제적으로(?) 하게 되었다. 사랑니 발치 그리고 신경치료. 더 건강해지기 위한 노력. 금주와 운동, 말씀 묵상도 그와 같은 맥락. 이 기간을 통해 올바른 스트레스 해소법, 멘탈 관리법을 다시 배워야겠다. 어려운 길로 가는 것이 옳은 선택일 때가 많다. 이것도 그래. 단순히 술과 음식, 유튜브 같이 아무렇게나 선택할 수 있는 건, 잘못된 길로 빠질 때가 많아. 물론 쾌락적이지. 그래서 놓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땐 즐길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절제해보자. 뭐든지 절제는 빛을 발한다. 지난 1년 혹은 그 이전부터 갖고 있던 잘못된 습관을 고쳐보자. 노력하자. 그럴 때 더 단단한 내가, 평온한 내가 될 수 있겠지.

(노력 없이 던져버리고 말았어. 특히 지난 1년은, 공부하는 게 뭔가 특별한 것처럼,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던가. 의도적으로 무너져도 이겨내고 노력하는 게 공부였어서, 다른 건 놓아버려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생각, 감정, 내면, 육체 모두. 망가진 걸 고치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겠지. 너무 성급해하진 말자. 닥달하진 말자. 그래도.)

묵상과 글, 절주와 운동으로써 더 성장할 것이라 믿는다. 단단하고, 평안하며, 자유로운 존재가 되기를.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고 오래 전부터, 소망했어. 늘 자라는 거지. 무너지면 다시 세우는 거지. 더 견고하게. 그러다 보면 언젠가 내가 바라는 내가 되어있겠지. 나아가는 거야. 밤길을 걷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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