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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lly 샐리 Apr 25. 2020

찬란하지만은 않았던 20대, 지나고보니 다 꽃이더라

- 필라테스 강사 S의 20대, 01

강하고 용기 있지만, 방향을 나도 모르고 현실도 알 수 없는 오뚜기가 들어맞던, 20대에 내 좌우명은 ‘난 내 의지대로 된다’ 듣기만 해도 패기 넘치는 좌우명이지 않는가. 


열정과 에너지와 열심히 하고자 하는 성의만 있다면 모든 세상은 다 따라올 것만 같았다. 아니. 세상살이라는게 다 그렇게 흘러가는 루트인 줄 알았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그렇길 바랬다. 당연히 모를 수 밖에 없었고, 모름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열심히 하는 것이 답이길....

'아프니까 청춘이다.' 라는 자기계발서적에 내 인생에 도움이 되겠지 한번 더 밑줄 긋고자 그렇게 뭔 진 모르겠지만 남들과 다르길 바랬던 삶에, 앞을 모를 미래에, 모든 걸 던져 볼 내 모든 것들...20대는 그러했다. 

단순하고 순수함이 다한 지침 없는 20대...


한 뭉탱이 밀가루 반죽.
칼칼한 시원한 수제비 한 번 만들어 끓여보겠다 한 톨 한 톨 분리 작업 전 열심히 힘차게 현실이라는 반죽통에 몸 맡겨보기 치대어보기. 어떠한 식감이, 맛이, 모양이 나올지 1도 치밀함 따윈 알지못한 채... 투박하게. 과감하게..


20대 취업을 위해 내 꿈을 위해 한 도전 중에서 승무원은 20대 여자라면 한 번쯤 생각해 보는 직업 중에 하나다. 나 또한 그러했다. 승무원이 간절했기 보다는 내가 새롭게 시작하고자 도전하는 일을 꼭 달성시키고 싶었다. 직업이 내게 가져다 줄 남과는 다를 행운을 기대해보며 그 직업이 정말 내게 맞는지 살펴볼 시간은 뒤로한 채. 뻔한 방정식이었을까. 열심히 하고자 했던 마음만 컸을 뿐 승무원 직업에 대한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했다. 


보통 서비스 마인드를 두루 갖춘 승무원이라 하면 기내에서 승객이 편안하게 서비스를 요청하고 받을 수 있는 이미지와 목소리 톤, 온화한 에티튜드를 갖춰야 할 터인데, 마냥 욕심과 의지만 있던 터라 그런 디테일한 부분을 연습할리 없었다. 뭐든 열심히 했다. 후회도 없다. 얻은 것도 많았다. 하지만 결과는 나의 열정이라는 마음을 접기엔 너무 차갑고 냉혹했다. 정신 못 차릴 정도로... 

면접 때만큼이라도 반짝 승무원에 적합할 만한 나의 강점에 대해 어떠한 어필이 있었을까. 그저 잘할 수 있다는 욕구에만 몰입한 나머지 극도의 긴장을 보이며 면접을 마무리 지었다. 


승무원 면접은 보통 분기별로 한번 있을까 말까다. 2,3번 면접의 고비를 마시고 그렇게 준비가 1년여 기간이 넘어갈 즈음 주춤하고 다른 면접이라도 보아야겠다 생각하고 홈페이지를 뒤적뒤적하여 로펌 비서를 지원했다. 지금 떠올려보면 어떤 직장이든 회사생활이 내 목적이었을까. 면접도 사람도 내 직장도 때가 있고 인연이 있다. 그때 면접을 보셨던 분이 내가 직접 모실 대표님이실 줄이야. 면접장 공기 또한 익숙한 듯했고, 긴장될 분위기는 자연스럽기까지 했다. 경력 없는 날 살펴 봐주셨던 좋으신 분들. 그 분들의 선택으로 그 다음 주부터 출근하라는 연락을 예기치 못하게 받게 되었다. 내가 로펌 비서로? 승무원 면접의 준비로 웜업, 본격적인 스타트. 준비되지 않은 비서생활을 내가 할줄이야. 막상 일하자니 사실 엄두가 나지 않았다. 


승무원도 아닌 비서. 법 절차나 지식은 1도 없는 상태에서 입사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면접을 보셨던 분과 한 팀. 법률2팀 대표님의 비서로. 9시 출근 6시 퇴근, 회사의 직급이란걸 알긴 했으리? 대학교에서 피티 발표와 교수님과 제자 사이, 선 후배 사이 서포트 정도가 끝이었던 내게 회사생활이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정말 단 1도 힌트도, 예시도 없는 좌표 없는 나의 회사생활의 시작은 인복이 다했다. 부족한 날 받아준 회사 분들께 지금도 감사를 표한다. 


20대는 어딜 가든, 어떤 조직이나 하물며 버스를 타도 다수의 사람들 안에 20대 초,중반생은 파릇파릇한 사회초년생이여라. 막내에 쌓아놀 돈과 경력도 준비되지 않은 아니 준비해 나아갈 20대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승무원 취업 도전기, 로펌비서의 1년여 회사생활로 다져진 내실이 지금의 나를 충분히 만들 발판이 되어주었다. 그만큼 내가 원하고 준비되어서 시작된 사회생활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뛰어다니며 배웠던 나의 회사생활은 젊음이 다한 꽃이었다. 


 아주 진부한 이야기지만 나의 20대는 남들과 비교할 수 없는 돈으로 살 수 없는 둘 도 없는 나만의 경험이자 혼자 꺼내 볼 값진 추억이다. 경험이라는 건 오직 나만의 스토리... 


'만일 내가 20대에 새로운 취업 전선에 도전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내 삶과 내 일과 내 모든 관계는 또 달라졌겠지.. 글쎄... 진정 완벽한 20대가 있을까?' 


아무것도 몰랐지만 아무것도 몰랐기에 가능했을 나의 20대. 겁먹었더라면 하지 못할 나의 이야기들... 

수 없이 도전했고 무얼 이뤄야 할 지 몰라 답답하고 힘들었을 20대를 지금도 위로해보며 막심한 후회보단 부족한 나를 감사했다고 토닥거려본다. 간간히 떠올려본 나의 20대는 40대가 되어 또 어떻게 떠올리고 회상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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