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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Jun 15. 2023

귀여워서 여는 지갑

느낌 있는 일상



‘귀엽다’는 말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어린아이를 보면 귀엽고, 강아지를 보면 귀엽다. 서점 옆 문방구에 가면 귀여운 물건이 많다. 캐릭터가 새겨진 양말, 인형, 볼펜, 수첩, 편지지 등등 구경만 해도 다 사고 싶다.


 


고양이를 보면 귀엽다고 하는 우리 집 막내가 중학교 때인가 집에서도 키우면 안 되냐고 물었다. 아빠는 기관지가 안 좋아서 털 날리면 힘들다고 대답했다. 이후로 막내는 길고양이를 만나거나 인터넷 사진과 유튜브 영상으로 고양이를 만나고 있다. 나도 고양이가 주인공인 만화책이나 달력이나 카드를 발견하면 구해서 막내에게 준다.


 


집순이 막내는 일상을 방에서 지낸다. 밥 먹을 때만 주방을 왔다 간다. 한 그릇에 밥과 반찬을 담아 숟가락 한 개 들고 방으로 들어간다. 애지중지 하루 종일 끼고 있는 노트북 앞에 앉아 밥을 먹으며 유튜브 영상으로 고양이가 밥 먹는 영상을 본다. 김영하 작가도 마당에서 길냥이 세 마리를 돌본다. 이쁜이, 빙빙이, 또 이름이 뭐더라. 작가는 인스타 피드에 고양이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올려준다. 한겨울에 눈이 올 때 고양이가 지나간 발자국을 보여주기도 하고, 밥 먹는 모습이나, 상자 안에서 놀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일본 여성들은 나이를 막론하고 ‘귀엽다(가와이)’는 말을 최고의 찬사로 여긴다고 한다. 예전에 일본 여행 중 박물관에 들어갔는데 나이 드신 여성들이 가이드 봉사를 하고 있었다. 일행이 궁금한 걸 물은 뒤에 ‘가와이데스’라고 말하니 가이드는 수줍게 웃는다.


 


신랑은 다 커서 대학생이 된 막내가 말하는 것도 행동하는 것도 모두 귀엽다고 한다. 막내는 용돈이 필요할 때 더 귀여운 척을 한다. 귀엽다는 말과 행동은 상대방의 무장해제를 유도한다. 어른들의 지갑을 열게 한다. 있어도 또 사는 과소비를 유발한다. 귀여운 건 어쩔 수 없다.


(사진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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