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큰 산이다.(아버지의 해방일지)
느낌 있는 일상
"아버지가 죽었다."
소설 첫 문장이다.
까뮈의 변신 첫 문장은 '오늘 엄마가 죽었다.'이다.
두 문장의 차이는 '오늘'이라는 단어다.
오늘은 어제도 내일도 아닌 오늘이다.
내가 숨 쉬며 살고 있는 지금이다.
정지아 작가는 어릴 적부터 글을 쓰는 지금을 회상하며 아버지 이야기를 썼다. 아버지는 이미 예전에 돌아가셨다. 회한과 통탄을 하며 아버지에 대해 속죄하는 마음으로 썼다고 한다. 아버지가 빨치산이라서 작은 아버지 아들이 육군사관학교에 합격하지 못했다. 작은아버지는 아버지와 평생 원수로 살았다.
아버지는 말도 없고 자랑거리도 없는데, 아버지는 원망만 남기고 돌아갔다고 생각했는데 아버지의 장례식에는 조문객이 줄을 이었다. 시간을 돌려 아버지와 함께 보낸 시절을 떠올려보니 다시 가고 싶은 그리움만 남았다.
난 다행히 아버지가 살아계시다. 자주 찾아뵙지는 못해도 유쾌한 웃음과 말씀이 귀에 쟁쟁하다. 아버지는 자식들을 보듬어주는 큰 산이다. 내 등뒤에 하늘과 맞닿은 큰 산이 있으니 무엇이 두려우랴. 신나게 놀고 떠들어도 뭐라 할 사람이 없다.
그게 아버지다. 잔소리 안 하고 행동으로 보여주시는 분. 아버지는 그런 분이다. 나의 아버지는 효자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늘 아버지에게 왔다. 아버지가 용돈까지 넉넉히 드려서인 줄은 나중에 알았다. 할머니가 요양병원에 누워 있을 때도 아버지는 날마다 문안 가셨다. 그런 아버지도 연세가 드시니 다리도 불편하시고 손가락도 붓고 속상하다.
세월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지만 계시는 동안 건강하시길 빌어본다. 더 자주 전화드리고 한 번이라도 더 찾아뵈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