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멤버들이 모여서 분당 탄천 길을 달렸다. 왕복 1시간 40분을 달렸는데 늘 헬스장에서 달리다가 직접 야외로 나가보니 마라톤이라는 게 실감 났다. 일행 중 한 명이 나와 속도를 맞추어 주며 페이스를 체크해 주었다. 나도 운동선수가 된 느낌이었다. 코치가 옆에서 ‘속도를 높여라, 낮춰라’ 말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한 10킬로를 달렸을 때는 소위 ‘러너스 하이’라는 것도 체험했다. 갑자기 내 다리가 붕 뜨면서 중력이 없는 곳에서 달리는 느낌이 들었다. 말로만 듣던 러너스 하이를 체험한 뒤부터 점점 달리기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다.
지난 주말에는 인천, 김포팀이 모여 20킬로 달리기에 도전했다. 아라뱃길 따라 쭉 달리기면 하면 되는데 달리기만 하기에 자연 경치는 너무 아름다웠다. 이런 길은 천천히 구경하면서 가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우선 내 무거운 종아리를 먼저 쉬게 해 주고 싶었다. 그러려면 빨리 달리는 수밖에 없다.
달리기를 마치고 헬스장에 왔는데 세상에 양쪽 다리에 쥐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헬스장 코치는 급기야 근육이완제 약까지 가져와서 먹였다. 마라톤으로 지친 근육 마사지를 하고 나서 바로 집으로 왔다. 원래는 2시간 웨이트 운동을 해야 하지만 도저히 그 다리로는 할 수가 없었다. 난생처음 한 번도 쉬지 않고 3시간 14분을 달렸으니 대단한 일이지만 48시간 동안은 휴식이 필요하단다.
살다 보니 내가 하프 마라톤을 도전하는 날이 오고, 또 이렇게 죽기 살기로 연습하는 나를 보며 나도 놀란다. 오늘 단톡방에 10월 3일 마라톤 배 번호가 나왔다며 소식을 전해주었다. 인스타에서 어떤 러너는 본인의 달리기 속도에 비해 그룹이 낮은 곳으로 정해졌다며 울상을 짓던데... 나는 배 번호가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하고 긴장도 되었다.
요즘엔 새벽마다 30분 달리기로 하루를 시작한다. 남은 2주 동안 바짝 집중해서 적어도 완주 메달을 목에 거는 목표로 하자고 스스로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