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nes 이네스 Jul 28. 2020

당신이 유튜브를 시작하기 전 꼭 생각해봐야 할 4가지

직장인 투잡 유튜버의 뼈때리는 조언

 


 내가 '은근히 보기 힘든' 직장인 유튜버다 보니, 주변에 유튜브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지인이 많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자기를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 대다수의 주변 사람은 유튜브를 하고 싶어한다. 


 나는 유튜브를 하고 싶어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과감하게 해보라고 추천한다. 할 수 있다고 격려해준다. 고민만 하는 것보다 일단 시작해보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대부분 유튜브를 시작해 영상을 채 10개도 올리기 전에 많이들 포기한다. 노트북도 바꾸고 카메라도 사고 프리미어 프로도 깔고, 주말에 내내 편집에만 몰두하면서 영상을 올리다가 어느 시점에 현타가 온단다. 나의 소중한 10시간을 갈아넣어서 영상 하나를 만들어 올렸는데 조회수가 24회, 구독자 수는 지인 포함 45명에서 늘어나지 않으면 이건 아니다 싶어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100만 200만하는 대단한 유튜버는 아니지만, 소위 말하는 대기업을 다니면서 묵묵하게 포르투갈어 유튜브를 꾸준히 해온, 구독자 12.5만의 17개월차 현역(?) 유튜버로서 우리가 유튜브를 시작하기 전에 진지하게 고려해봐야할 것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1. 브이로그? 아니면... : 나는 유튜브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



 너무나 기초적인 질문이지만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렇다 할 주제'가 없다. 있었다면 진작 시작했을 것이다. 이미 레드오션인 한국의 유튜브 시장은 (1) 엄청난 스타성(뛰어난 외모) 혹은 능력(라면 20개 먹는)이 있거나 (2) 누구나 인정하는 전문적인 지식이 있거나 (피부과 의사라거나 역사 덕후라거나) (3) 애초에 원래 유명하거나 하지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 


 그래도, 나는 유튜브에서 이러이러한 주제에 대해 영상을 올리겠다, 하는 뾰족한 컨셉이 필요하다. 다들 만만하게 시작하는 브이로그를 생각해보자. 다들 브이로그를 시작하는 이유는 특정 주제를 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무런 주제도 없는 브이로그를, 모르는 사람이 클릭하거나 봐줄 리 없다. 


  그럼 뾰족하게 브이로그 컨셉을 잡아 본다. 

 '30대 비혼 여성의 고양이 동거 브이로그'

 '문구 덕후의 다꾸 브이로그'

 '40대 아재의 혼밥 브이로그' 


 어차피 브이로그로 100만 유튜버가 될 수 없으니 주제를 작게 잡아야 관심사가 비슷한 몇몇 사람들이 시청해줄 것이다. 


 단, 여기서 영상의 퀄리티나 전문성은 별개의 문제다. 주제를 뾰족하게 잡는다고 해서 '고양이 동거 브이로그'가 크림히어로즈처럼 고양이를 전문적이고 예쁘게 담을 필요는 없다. 문구덕후 브이로그지만 문구류가 그 누구보다 많을 필요는 없고, 혼밥 브이로그라고 백종원처럼 요리를 할 필요는 없다. 


 사람들은 완벽하고 전문적인 콘텐츠도 보고싶어하지만, 내가 현실에서 공감할 수 있는 어리버리하고 친숙한 영상도 좋아한다. 


 사실 그래서 나는 우리말이 아닌 포르투갈어로 채널을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구체적인 주제를 찾기가 어려워서, 차라리 '포르투갈어를 하는 한국인'이라는 컨셉이 브라질 사람들에게는 훨씬 더 잘 먹힐 거라고 봤다. 



2. 돈 아니면 흥미? 나는 유튜브를 왜 하고 싶은가?

이제 좀 더 나 자신에게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나는 유튜브를 왜 하고 싶은걸까?


나는 월급 외에 돈을 더 벌고 싶은걸까? 

돈을 더 벌고 싶은 거라면, 얼마나 더 벌고 싶은걸까? 

투잡이나 부업 측면에서, 소소하게 용돈벌이 정도 하고 싶은걸까, 아니면 대박나서 다 때려치고 전업 유튜버가 되고 싶은걸까? 전업 유튜버가 되려면 최소한 한 달에 얼마를 유튜브로 벌어야 하는 걸까?


소소한 용돈벌이라면 내가 하고 싶은 콘텐츠를 꽁냥꽁냥하게 만들면 될 것이고, 전업 유튜버가 되고 싶다면 좀 더 치열한 사전 기획이 필요할 것이다. 기존 유튜버들보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며, 해당 분야에서 잘 나가는 유튜버는 유튜브 수익과 광고비를 얼마나 버는지에 대해서도 알아봐야 할 거다.


내 목적이 돈이 아니라면, 그냥 재밌어 보여서 하고 싶은걸까?

왜 유튜브에 흥미가 생기는가? 흥미는 영상을 만드는 과정인가, 아니면 내 영상을 봐 주는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인가? 커뮤니케이션이 좋다면 좀 더 쉽게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으로 그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나는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가 간단했다. '포르투갈어를 잊어버리고 싶지 않아서'였다. 누구나 그렇듯이, 나는 내 채널이 이렇게까지 많은 구독자 (나에게는 많다..) 가 생길 줄 몰랐다. 그럼에도 시작했던 건, 한국에서 포르투갈어를 계속 쓰고 연습하고 싶은데 영상을 규칙적으로 만들고 브라질 사람들과 댓글로 이야기를 나누면 포르투갈어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러니까, 유튜브가 잘 되지 않아도 괜찮을만한 이유가 있었다. 


내가 정말로 유튜브를 시작하고 싶은 이유에 대해서 솔직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3. 1주일 투자 가능 시간 : 나는 유튜브를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가?

사람마다 유튜브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은 천차만별일 거다. 나처럼 풀타임 직장인이라면 평일 저녁과 주말 몇 시간 정도를 쓸 수 있고, 거기에 아이가 있다면 훨씬 더 적은 시간을 유튜브에 할애할 수 있다. 


이 시간은 잠 잘 것 다 자고, 내가 평소에 해야 하는 일을 다 하면서, 충분히 휴식도 취하면서 쓸 수 있는 시간을 의미한다. 내 기준에 순수하게 유튜브에만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은 1주일에 약 6~7시간밖에 없다고 본다.


물론 유튜브를 더 열심히 하고 싶다면 잘 시간도 줄이고 친구 만날 시간도 빼서 편집을 할 수도 있다. 평일에 2시간, 주말에 3~4시간씩 확보해 1주일에 20시간 이상 투자하면 1주일에 퀄리티가 좋은 영상을 2개 이상 올릴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렇게 무리하면 채널이 빨리 성장하지 않는 이상 쉽게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나의 '최선'이 아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의 시간을 책정해야 한다.


그 시간이 5시간이라면, 그리고 1주일에 영상 한 편을 올리고 싶다면, 나는 편집을 5시간 안에 해야만 한다. 아무리 내가 영상을 예쁘게 만들고 싶어도 편집에 공을 들여선 안 된다. 쉽게 편집해서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손이 많이 가는 각종 효과들은 과감하게 포기할 수도 있어야 한다. 글씨체나 배경음악을 고를 때 너무 많은 고민을 하지 않아야 한다. 



4. 존버 목표치 : 나는 얼마나 기다릴 수 있는가?

이 질문은 내가 얼마나 '존버'할 수 있는가이다. 나는 얼마나 꾸준히 영상을 올릴 수 있을까?


내 채널이 유의미한 결과 (여기에서도 또 하나, 내가 만족할만한 1차적 성과는 어느 수준인가? 구독자 1천명인가, 영상 조회수 1만회인가?) 가 눈에 보일 때까지 나는 얼마나 기다릴 수 있을까?


나는 유튜브 채널을 시작하면서 이 부분을 가장 많이 고민했다. 가뜩이나 나의 채널에, 포르투갈어에 자신이 없는데 영상을 몇 개 올려서 이렇다할 성과가 없으면 바로 포기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그 때 내가 스스로에게 한 약속은 이랬다.

영상 30개를 올릴 때까지는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무조건 계속 하겠다



영상 30개를 올려보기 전까지는 포기하지 않을 거고,

영상 30개를 만들어보기 전까지는 상처받지 않을 거고,

영상 30개를 내 채널에 채워넣기 전까지는 내 채널에 대해 속단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이 결심은 매우 효과가 있었다. 일단 30개가 될때까지 계속 만들었다. 포기하려면 30개를 채워야 하니, 별 생각없이 툭, 툭, 만들었다. 그리고 정확히 24번째 영상이 소위 '터졌다'.


(떡상 영상에 대해서는 하기 글 참조)

https://brunch.co.kr/@lelle/10


처음부터 '영상 30개'라는 나의 존버 목표를 정한 건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한다. 30개라는 수치도 시험해보기에 적절하다. 적당한 목표치를 찾는다면 30개라는 단순한 목표를 추천한다. 




 자, 그럼 

1. 내가 무엇을 영상으로 만들지 

2. 이유는 무엇인지 

3. 현실적으로 1주일에 몇시간을 투자해 

4. 앞으로 얼마나 존버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 답을 얻었다면, 그다음은?

바로 시작하시라. 


유튜브는 어떻든 간에, 해볼만한 경험이니까. 







https://brunch.co.kr/@lelle/8

https://brunch.co.kr/@lelle/6

https://brunch.co.kr/@lelle/3



포르투갈어 유튜브 채널, TV Inês Coreana

https://www.youtube.com/channel/UCpX02oVYJR26eSTHkyGAheA















작가의 이전글 축 10만 달성: 유튜버에게 "떡상 영상"이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