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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es 이네스 Oct 22. 2018

남미에 가볼까?

왜 나는 이 곳에 지원했나




#남미에 가볼까?


한국에서건 브라질에서건 ‘왜 남미냐’ ‘왜 브라질이냐’라는 질문을 참 많이 들었다. 특히 브라질 사람들은 네가 브라질을 선택해서 온 것인지 많이 물어봤다.


사실 회사에서 주관하는 이 프로그램은 내가 어떤 국가에 가게 될 것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 경우에 따라 대략 미리 알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나의 경우는 전혀 알 수 없었다. 다만 지원서에 대략 어떤 권역을 희망한다고 쓸 수는 있었다. 동유럽, 동남아, 서남아, 남미, 아프리카 대략 이런 권역으로 나누어 1지망부터 3지망까지 쓸 수 있었다. 주로 선진시장이 아닌 상대적으로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한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시장을 잘 이해하기 위한 취지이기 때문이다. 


가장 인기가 많은 지역은 동유럽과 동남아. 동유럽이야 유럽의 정취가 있고 안전하고, 동남아는 말로 할 것 없이 풍요로운 생활을 누릴 수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나는 남미를 1지망으로 지원했다. 


물론 나도 물가 수준이 낮고 음식이 입에 맞고 그 좋아하는 마사지도 많이 받을 수 있는 태국이나 베트남에 가고도 싶었다. 어떤 풍경이든 화보가 되는 체코나 헝가리 같은 곳에도 가보고 싶었다. 하지만 뭔가 끌리지 않았다. 남미를 1지망으로 지원한 건 아마도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나는 내가 배우고 싶은 언어를 배우고 싶었다. 나는 예전부터 스페인어를 배우고 싶었다. 로망이 있었다.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에서 느꼈던 환상적인 이미지들, 보르헤스가 보여준 짧은 문장에 담긴 거대한 세계들을 원어로 읽고 싶은 열망이 있었다. 미국에 교환학생 갔을 때 스페인어를 배우지 않은 것이 그렇게 두고두고 한이 될 정도였다. 태국어, 베트남어, 체코어, 헝가리어도 분명 배우다보면 매력적이겠지만 그 나라 외에서는 아예 쓰이지 않는 언어이고 내가 듣기에는 아름답지 않았다. 


내가 사랑하는 '남미 문학' 작품들. 아마 이 작품들을 읽지 않았더라면 나는 남미에 지원하지 않았을 거고, 결국 브라질에 오지 못했을 것이다. 문학작품의 영향력이란.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남미는 나에게, 미지의 세계였다. 아는 듯 하면서도 하나도 몰랐다. 어떤 나라가 있는지도, 그 국가들은 어떤 특성이 있는지도, 어떤 역사를 가졌는지도. 브라질에 와서 더 절실하게 느꼈다. 나는 남미에 대해 아는 것이 정말 하나도 없었다. 굵직한 역사적 사실 하나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미국, 유럽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지고 교육을 받아왔는지 실감했다. 




그래서 더 가고 싶었다. 알지 못하고, 사실 알 기회도 잘 없는 미지의 세계, 남미. 지금이 아니면 절대 기회가 없을 것 같은 지구 반대편의 땅. 그래서 가고 싶었다. 나는 용기가 없고 부지런하지 못해서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서가 아니라면 절대 못 갈거야, 하면서. 





그렇게, ‘배우고 싶은 언어를 배우고 싶고’ ‘잘 모르니까’ 남미를 가게 되었다. 

(물론, 남미에서 유일하게 스페인어를 쓰지 않는 브라질에 가게 되어 포르투갈어를 배우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더 만족한다. 왜냐하면, 포르투갈어가 훨씬 아름답기 때문이다!)



위 두 작품의 포르투갈어 버전. 언젠가 읽을 수 있기를 희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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