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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고요 Dec 03. 2022

아이가 아플 때 함께 병원에 갈 수 있다

채윤이가 아프다. 지난밤 미열이 나더니 새벽에 38도를 넘겼다.  병원에 가야 하는데… 깨울까? 새벽녘 해열제를 먹느라 잠을 설친 아이가 더 잘 수 있도록 잠자리만 살펴주고 방을 나왔다. 둘째를 챙겨서 학교에 보내고 큰 아이가 먹을 흰 죽을 끓였다.  10시쯤 큰 아이가 거실로 나왔다. 우리는 옷을 입고 천천히 걸어서 병원에 갔다.


동네 소아과는 주로 아침 9시에 문을 열고 저녁 7시에 문을 닫는다. 오후 8시까지 진료를 보는 병원도 있지만 6시 이후 환자가 많아 대기시간만 1시간을 훌쩍 넘긴다. 어린이 치과도 마찬가지다. 그 수도 적고 진료시간도 길어 오후 시간대에는 예약 자체가 힘들다. 내가 다니던 어린이 치과는 방문예약만 가능했고 토요일은 문 여는 시간에 번호표를 나누어주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늦은 밤 또는 토요일마다 2시간씩 대기를 하면서 진료를 보곤 했다.


아픈 아이를 일터 한켠에 재워둔 날.


갑작스럽게 아이들이 아프기라도 하면 바쁜 일을 해치우듯이 병원 진료를 보았다. 아픈 아이들을 서두르라고 채근하고 대기 시간에도 급한 마음에 병원 안을 서성 거리기도 했다.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는 동료에게 미안해했고 동료들과 함께 있을 때는 아이에게 미안해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채윤이가 크면서 낮에 동생을 데리고 병원에 가는 일이 잦아졌다. 의사 선생님도 아이들이 직접 불편한 곳을 말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간호사 선생님과 약사 선생님도 섬세하게 아이들에게 살펴주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엄마가 함께 해주기를 바랐다.


채윤이에게 동생을 맡기는 일은 늘 마음이 쓰였다. 행여 동생에게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하는 채윤이가 안쓰러웠다.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아도 눈물부터 흘리는 동생. 챙겨주고 달래주고 양보해야 했다. 그래도 채윤이는 언제나 괜찮다고 했다.


10시쯤 도착한 병원에는 환자가 많지 않았다. 진료를 마치고 약국과 마트, 카페, 반찬가게를 들렀다. 큰 아이가 마음에 드는 과자와 음료수, 반찬을 고르는동안 곁을 지켰다. 집에 돌아와 함께 늦은 아침을 먹었다. 채윤이는 약을 먹고 다시 잠을 청했다. 나는 회사에 갈 준비를 시작했다.


나는 오늘도 아픈 아이를 보살피고 5시간만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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