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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리는 강선생 Mar 21. 2024

상상과 일상이 공존하는 도시

[낭만 여행기] 일본 도쿄

고등학교 시절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라는 첫 문장이 인상적인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을 동경하였고,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며 도쿄 거리를 주인공들처럼 걷고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일본 도쿄를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10년 만에 처음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의 본사가 집중되어 있는 도쿄는 뉴욕, 런던과 함께 세계 3대 도시로 불립니다. 도쿄는 17세기 이전까지 작은 해안 마을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에도 막부를 세운 이후 도쿄는 지속적인 발전을 하였고, 결국 메이지 유신 이후 도쿄는 일본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도쿄의 중심 미나토구에는 도쿄의 랜드마크 도쿄타워가 있습니다. 에펠탑과 비슷한 외형의 도쿄 타워의 높이는 333m로 당시 일본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었습니다. 도쿄 타워가 건설된 이후 일본 경제는 가파르게 성장하였습니다. 1964년 도쿄 올림픽을 개최하였고, 1980년대에는 일본 기업들이 전 세계를 휩쓸었죠. 이후 버블이 붕괴되면서 현재까지 잃어버린 30년을 겪고 있지만, 이런 일본의 흥망성쇠를 도쿄타워는 묵묵히 그 자리에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일본의 발전과 함께한 도쿄 타워


일본 애니메이션의 배경은 실제 도시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묘사해서 표현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래서 팬들은 작품의 배경이 된 곳을 찾아가는 성지순례를 떠나기도 합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작품을 좋아하는 저는 그의 작품 '언어의 정원'의 배경이 된 신주쿠 공원을 찾아갔습니다. 신주쿠 공원은 도쿄 도심 지역에서 가장 큰 공원으로 영국식 정원, 프랑스식 정원, 일본식 정원이 서로 조화롭게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정원에 있는 정자에 앉아 남녀 주인공이 비 내리는 날씨에 이곳에서 이야기 나누는 장면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애니메이션 언어의 정원 속 신주쿠 공원


이어서 일본 문화 마니아들의 성지, 아키하바라로 향했습니다. 과거에는 우리나라의 용산과 같은 전자 상가의 이미지가 강했으나, 2000년대 이후 마니아 문화 및 애니메이션 상품 판매를 위한 장소로 변하였습니다. 아키하바라 안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음악으로 가득 차있고, 코스프레한 메이드 카페 홍보 아르바이트생들이 말을 겁니다. 아키하바라는 일본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많이 어색할 수도 있는 분위기지만 애니메이션 왕국 일본을 상징하는 일본 문화 마니아들의 성지와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 문화 마니아들의 성지 아키하바라


최근 한국 문화가 일본에 인기를 끌면서 일본 내 한국 문화 마니아들의 성지인 신오쿠보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신오쿠보는 1990년대 중반까지는 도쿄에서 발전이 덜 된 지역 중 하나로 재일교포나 한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국 음식점이 모여있던 곳이었습니다. 그러다 2000년대 초반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2010년 이후 본격적으로 한류붐이 불면서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젊은 일본인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신오쿠보 역에 내려서 한 블록만 가면 거리 좌우에 전부 한글 간판과 한국 음식점이 가득하고 K-Pop과 한국말이 들려옵니다. 많은 일본사람들이 한국 연예인의 사진을 손에 들고, 한국말로 된 한국 노래를 들으면서 떡볶이, 순대와 같은 한국 음식을 먹기 위해서 길게 줄 서있습니다. 도쿄의 중심에서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일본인들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일본 내 한국 마니아들의 성지 신오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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