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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오필리아노 Feb 22. 2024

그래도 봄날은 온다

그날 순간의 기억 그리고 기록들

언제나 그렇듯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봄이 문턱에 와 있는 것처럼.


봄을 알리는 비인가? 비가 내리는 아침 약간 쌀쌀하기는 하지만 겨울 외투는 몸을 달아오르게 한다.


입춘을 지나서 인가? 갑자기 따뜻해진 날씨는 봄을 기다리는 맘을 설레게 한다. 봄을 상상하게 한다. 파릇파릇 솟아난 새싹들이 회색빛 세상을 초록으로 물들이고 여기저기 피어나고 있는 들꽃들이 초록의 단조로움을 화려하고 화사한 그림 한 폭을 그려낸다. 그래서 봄이 기대된다. 어두운 나의 마음을 화사하게 물들여 줄 것이고 어지러운 생각들도 깔끔하게 정리해 줄 수 있을 것만 같다.


내 나이 쉰둘. 나의 계절은 여름쯤에 와 있는 것일까?  아니면 아직 봄의 끝자락에 있는 것일까? 아마도 봄은 아닐 거다.
겨울에서 봄으로 가려면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재촉한다고 봄이 빨리 오지도 늦게 오지도 않는다. 지금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건 다 나의 조금함 때문이다. 모든 일에는 적정한 시기가 있기 마련이니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마음을 비우고 의욕은 좀 낮추고...


봄인 줄 알았는데 눈이 온다. 제대로 봄으로 가기 위한 과정일 것이다. 휴일 동안 나에게 봄날이 왔었지만 출근과 함께 맞이한 고난들이 마치 다시 겨울을 만나는 것과 같다. 인생은 한결같다. 높고 낮음이 있고 좋은 날이 있다가도 슬퍼해야 할 날도 있다. 그렇게 인생도 자연도 불규칙한 사이클 속에서 돌아간다.


인간들은 그 불규칙함 속에서 규칙을 만들고 그 부자연스러운 규칙 속에 구속하기도 한다.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함은 분명하지만 정답은 없는 것이라 약자인 인간들은 강자가 만든 틀 안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것에 적응하고 익숙해져야 봄을 만날 수 있다. 이겨내지 못하면 겨울에 살아야 한다.


매화꽃이 피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봄을 맞이하기 위해 꽃마중을 가봐야 하나. 한 번도 꽃구경을 일부러 가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제 왠지 그런 광경들을 놓치면 안 될 것 같다.

이 마음이 조급해지는 건 무엇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가? 내게서 사라져 버린 봄날 때문인가? 생각해 보니 난 많은 날들을 봄날의 따스함 아래서 살아왔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그 봄을 다시 맞이하기 힘든 시공간으로 내몰려 방황하고 있는 듯하다. 사실 그간의 인생사 중에서 가장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겨울에 갇혀 있다.


이 겨울에서 탈출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나를 불안에 떨게 한다. 그렇지 않다고 긍정의 마법을 부려보지만 영원하지 않고 잠시 스쳐 지난다. 내 마음도 몰라주고...


24.02.05 그날, 순간의 기억들
그림 :  MS Copilot 이 이 글의 내용으로 그려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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