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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오필리아노 Jul 18. 2024

실패는 단맛을 더 달게 해 줄 것이다.

다시 도전

얼마 전 나는 시험대로 내 자신을 밀어 올렸다.

어쩌면 무모하고 어쩌면 결과가 뻔함에도 나를 궁지로 밀어 넣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 이유는 더 이상 나 자신을 안락한 포켓 안에 안주하며 머무르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어느새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바다의 한가운데로 떠밀려 와 눈에 보이는 것은 망망대해뿐이었다.


지난 몇 년간, 그보다 앞선 몇 년 전 나로 그대로 머물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그 보다 더 오랜 전의 나로 후퇴하고 있었다.


불안의 시작.

그 망망대해에서 다시 육지를 향해 나아가지 않으면 성난 파도에 휘둘리며 영영 다시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겁이 나기 시작했다.


그 두려움 속에는 내 안의 선과 악은 줄다리기를 한다. 탈출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


탈출에 대한 생각이 51%이다. 난 1%의 치우침이 한 표를 건넨다. 그리고 실행으로 옮겼다. 결과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망망대해에서 탈출 성공을 생각했다. 탈출하여 성공한 모습만을 그렸다. 


망망대해떠나기 위한 준비를 하며 다시 찾아간 육지에서 만날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불안함과 초조함을 사그라들게 하려고 노력했다. 어쩌면 그곳에는 낯섦만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망망대해서 그냥 주저앉아 삶을 망가 트릴 수 없었다.


언제나 기다림이 주는 초조함과 불안감은 몸속의 호르몬조차 주체하지 못하게 한다.


기다림 그리고 기대라는 것은 언제나 익숙하지 않은 낯선 감정이다. 기대가 실망이 되는 일,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일, 그래서 상처가 더 클 수밖에 없는... 예상치 못한 쓴 고배를 마실 수도 있지만 멈춰 설 수는 없었다.


익숙하지 않은 기대,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다.


나는 여전히 망망대해에 머무르고 있었다. 실패했다. 나의 부족한 점들, 실패의 탓을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나의 실패를 덮어 두고 싶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다시 정신을 차려 주위를 둘러보지만 난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고 있을 뿐이었다.


아직 50대 초반이다.

이렇게 최면을 걸어본다. 아직, 아직, 아직... 아직 50대 초반이라고.


아직도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끝도 없이 펼쳐진 망망대해에 머무르고 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탈출을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접지 않을 것이다.


이번 실패가 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과정이란 생각으로 무너진 멘털을 부여잡는다.


그렇지만 나의 발목을 잡는 것은 역시나 나이 그리고 그로 인해 수반되는 두려움과 나약함이다.


나이와 관계없이 누군가가 인정해 줄 나로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고, 그래서 이 실패가 쓴맛이지만 다음에 더 달콤한 맛을 느끼게 해 줄 것이라는 믿음, 삶은 실패의 연속이라는 것으로 자신을 위로 하지만 막상 내가 그 주인공이 되었다는 것은 쉽사리 벌떡 일어서게 만들지는 못했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사람들은 이 실패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떠들어대는 그런 말들은 귓가를 맴돌 뿐 내 가슴 깊이 새겨지지 않는다. 당사자의 마음을 그들은 이해하는 척 하지만 모른다.


실패를 좋은 기회의 발판을 삼아야 한다는 생각은 내 안에 기죽어 있는 자아에게, 내 안의 또 다른 긍정의 자아가 토닥이고 기운을 북돋아주고 용기를 줄 때 기를 펼 수 있겠지만 반대편에서 또 다른 부정의 자아는 실패에 대해 호되게 질책을 한다.


어떤 자아를 선택할 것인가는 온전히 나의 몫이고 강력한 의지를 필요로 한다.


명확한 것은 이번 실패를 거울로 삼을 것이고 더 많은 실패를 하더라도 포기하지 않으려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아직 긍정의 자아의 편에 있다. 이 생각이 부정의 자아의 사탕발림에 넘어가지 않기를 바란다.


실패는 아무리 맛을 보아도 쓴 맛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 쓴맛은 달콤한 맛보다 오래간다는 것도 문제이기는 하지만, 달콤함에 익숙해지면 달콤한 맛을 알지 못하는 불감증에 걸릴 수도 있다는 것으로 스스로를 토닥여 본다. 쓴 맛에 대한 기억이 달콤한 성공의 맛을 더 달게 만들어 줄 수 있다고 믿어 본다.


다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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