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 보니 지나 시간들 속에 스쳐 지나간 많은 관계의 거리의 사람들 중 대부분은 내가 가지고 있는 자아들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과 그 시간 속에서 공존하기 위해 많은 것을 내려놓고 살아야 했었다. 그들의 관계는 220V 플러그를 110V 콘센트에 끼워 넣는 것과 같기에 있는 그대로의 상태로는 연결되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들과 맞춰 살기 위해서는 220V 플로그에 110V로 변환할 수 있는 어댑터를 끼워야 했었다. 그 순간들은 그들과 대립하지 않고 그들을 수용하고 인정하며 연결하는 순간들이었다. 그들에게 220V 콘센트로 교체를 해 달라고 할 수는 없기에 내가 그들의 향으로 변신을 해야 했고 그 어댑터는 그들과 소통하는 연결 고리가 되어 주었다.
그러나 이런 연결고리를 무한정 가지고 있지 않기에 모든 사람들과 연결될 수는 없었고 그럴 때 이용하는 방법은 벽을 쌓는 것이었다. 사실 코드가 맞지 않는 그들을 위해 어댑터를 다는 일조차 나 자산에게는 모두 스트레스였고 내 삶을 갉아먹었고 벽을 쌓는 일 또한 그랬었다. 벽을 쌓기 전까지 무수히 많은 고뇌를 해야 하고 벽을 쌓은 후에도 그 벽이 무너지지 않게 관리해야 하기에 어쩌면 모든 방법들은 나 스스로를 괴롭히는 일이었는지 모른다.
어댑터, 벽 그리고 다른 무언가 모두 외부와 내 자아가 소통하는 방법이다. 그 방법은 나의 밖에 있는 것들을 인정하고 거부하는 행동들이었기에 타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를 향한 나 자신을 위한 것들이었다. 타인을 인정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타인이 나를 인정하게 만들려는 도구로 사용했던 것이다.
상대의 입장에서 나 또한 그들이 사용하는 도구들을 승인하고 나서야 인정을 해 주었을 것이다.
세상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고 함께 같은 방향으로 갈 수 없기에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 내는 것과 같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한다.
사람과 사람이 어울리다 보면 언쟁을 높이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침묵으로 거리를 두는 것처럼 인생에서 만나는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한다면 결국 지치고 쓰러지는 사람은 내가 된다.
내가 살아보지 못했던 세상의 속으로 들어가려면 그 세상이 가진 특성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다면 자연스럽게 융화되지 못하고 도태되고 만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내가 살아온 세상과 다르다고 하여 인정하지 않으면 그 세상과 그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같이 살아가기 어렵게 되고 세상 밖으로 밀려 날 수밖에 없다.
항상 좋은 조건의 환경에서만 살아갈 수 없으며 항상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것처럼 인생은 끝없이 오르내리는 것이다. 정상은 있지만 계속 머무를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오르막을 오르다 보면 그 자체로 힘들기도 하지만 오르는 동안에도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상황들을 만날 때마다 거부하고 밀어낸다면 정상에 오르지 못하고 다음 정상으로 가는 내리막을 걸어 볼 수 없게 된다.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살아오면서 수많은 산을 오르고 내려오고를 반복하며 살았다. 그러나 현재가 끝이 아니고 앞으로도 주검이 되어 무덤 속에 들어가기 전까지 반복될 것이다. 그렇기에 모든 과정을 과정 속에 함께 하는 사람들을 어느 정도 인정하며 살아야 한다. 죽을 만큼 싫고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라면 그런 사람이 아니라면...
그들을 인정하며 살아가는 것이 삶을 살아가는 이유 중 하나이고 삶을 지속 할 수 있는 이유 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