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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로 가는 길

내 마음은 이미 겨울

by 노연석

소리 없이 차가운 겨울이 다가온다.


아침 해는 게을러진 지 오래되었고 겨울을 서두르듯 저녁 해는 일찌감치 자취를 감춘다.


어두움을 뚫고 나섰던 길을 어둠을 싸늘함 속에 두고 돌아온다. 어둠 속으로 자취를 감췄던 파란 하늘은 느지막이 올라온 햇살에 더 눈부시게 피어난다.


싸늘 해진 공기가 폐를 가득 채우고 비우기를 반복하며 체온마저 떨어 뜨리고 일찍 찾아온 겨울에 낯설어하며 따뜻한 곳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다가올 겨울을 어떻게 보낼까 걱정을 하며 옷깃을 여며 본다.


계절이 바뀌고 나서 시간이 조금 더 흐른 뒤 찾아올 한 살 늙음의 시간이 오지 않기를 바래본다. 죽음 앞으로 한발 더 다가서고 태어난 시간에서 더 멀어진다. 이 계절이 갖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밝아오는 햇살에 부수어 버리고 오늘 만나게 될 것들로 시선을 돌린다. 여전히 오늘도 싸늘한 공기와 같은 하루가 펼쳐질 것을 생각하니 고개가 절로 흔들어진다.


생각들 조차 차가워진 것을 보면 이미 내 마음속에는 겨울이 찾아왔나 보다. 그리 따뜻한 사람은 아니지만 더 차가워지는 겨울을 반가이 맞이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현실이 서글퍼진다.


오늘 하루도 차가워지는 부정의 마음보다 따뜻해지는 긍정의 마음이 피어올라 차가워진 공기를 데울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게 되기를 희망해 보며 하루를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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