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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래드론 Sep 20. 2018

우리 가족 첫 해외여행_괌에서의 세번째 이야기

정글리버투어


눈부신 괌의 햇살이 셋째날을 밝혔다. 


역시나 커튼 창 뒤로 펼쳐지는 괌의 투몬 비치는 너무 아름다웠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어디 다니지 않아도 그냥 이 모습 그대로 바라만 보고 있어도 힐링이 되는 것 같았다. 진짜 그냥 이대로 있고 싶었지만 아이들은 오늘 뭐 할 건지 물어보고 물놀이나 바다에 나가서 놀자고 보챈다. 


오늘은 마지막 일정이라 다른 일정은 없고 정글리버투어를 할 예정이다. 나중에 다시 글을 적겠지만 사실 정글리버투어를 하고 괌의 일정을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 급하게 다녀온 리티디안 해변에서의 추억은 괌에서 경험했던 모든 추억을 두 배로 부풀려주었다.


괌에서 먹는 마지막 아침 식사를 한 뒤에 정글리버투어를 위해 셔틀버스를 기다렸다. PIC 로비에는 괌 관광을 위해 셔틀버스를 대기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특히 이날은 금요일이라 그런지 숙소에 체크인하러 오는 사람 체크아웃 하는 사람, 관광을 위해 셔틀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로비에는 가이드들이 "000 체험 가시는 분", "0000 가시는 분" 여기저기서 소리치고 관광객들을 찾고 있다. 거의 대부분 한국인들이다. 어른들은 그 북새통에 정신이 없고, 아이들은 신나게 더 떠들고..


20여 분이 흘러 우리가 타야 할 셔틀버스가 도착을 했다. 이미 다른 숙소에서 관광객을 태우고 온 터라 버스 안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뒷자리에 자리를 앉고 버스는 다시 다른 숙소를 향해간다. 정글리버투어를 하는 곳까지는 대략 2~30분 정도밖에 안 걸렸는데 다른 숙소를 들렸다가 가니 1시간 넘게 걸렸다.


다시 숙소로 돌아올 때는 더 걸렸다. 알고 보니 PIC 숙소가 거의 셔틀버스 코스 마지막이라.. 다시 돌아올때는 그만큼 돌아서 와야 했다. 결과적으로 이 기다림이 어찌 보면 인생 해변을 만들어 준 리티디안을 가게 해주었다. 여행이라는 게 언제 어디서 어떤 변수가 있을지 아무도 모르지만 이런 변수는 언제나 환영이다.



1시간 동안 지루해 할 아이들과 버스 안에서 원하는 색상을 지정해서 지나가는 차량 색상 찾기 놀이도 했다. 사실 하민이가 먼저 이 게임을 제안했는데 하민이가 버스를 타고 가면서 왜 괌에는 자동차 색상이 다양하냐고 물어보는 게 아닌가? 


우리나라의 경우 백의민족 답게 흰색 차, 검은색 차량이 많은데 외국에는 다양한 색상의 차량이 있으니 아이들 눈에도 그게 신기해 보였던 것 같았다. 그래서 자기가 원하는 색상을 말하고 그 색상의 차량이 먼저 나타나는 사람이 승리하는 걸로~ 여행을 가다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로 깔깔 거리며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목적지까지 가는 내내 하민이와 색깔 놀이로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안녕하세요? 난 만득이라고 해요"

드디어 정글리버투어 출발지에 도착을 했다. 선착장에는 배 한 대가 정박해있고 현지인 2명이 대기를 하고 있었다. 어라.. 그런데 그중 한 명이 유창한(?) 한국어로 "반가워요~ 조심해요" 특히 아이들이 배에 오를 땐 "조 조심.." 손까지 잡아 준다. 이 분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 가족들은 이 현지인 옆에 앉았다. 


자기를 '만득이'라고 소개를 한 뒤 주섬주섬 야자수 줄기를 꺼내더니 바람개비와 머리띠를 뚝딱 만들며 관광객들에게 나눠 주었다. 관광객들에게 하나씩 다 나누어준 뒤 만득이와의 만담이 이어졌다. 자기 나이는 40이고 자녀들도 있고, 한국인들이 많이 와서 한국어를 배웠다고 한다. 음.. 40이라.. 액면가는 훨씬 넘어 보이는데... 


한국 가이드가 귓뜸해주길 만득이가 자녀가 많이 있는데 괌 정부에서 원주민을 위한 정책으로 각종 혜택이 많이 주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원주민들이 자녀들이 많고 의외로 고수입을 얻어 생활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만득이라는 원주민도 그런 사람 중에 하나라고 한다. 역시 사람은 겉으로 보고 평가를 하면 안 된다.


어쨌든 만득이와의 대화가 계속 이어졌고, 만득이는 뜬금없이 처남한테 나이가 몇 이냐고 물어보더니 괌에서 살라고 한다.


"여기 여자 많아요~!"



만득이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면서 배는 강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시원한 강 바람을 맞으며 코코넛크랩 서식지에 도착해 크랩들을 구경하고 물고기도 구경한다. 정글이라고는 하지만 그냥 강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이런 이국적인 모습에 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살펴본다. 


"아빠? 악어는 어디있어요?"


하민이가 물어본다. 옥토넛을 자주 봤던 아이들은 정글에는 늘 악어가 서식하는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아.. 이걸 어떻게 설명을 해주어야 할지... 대략 난감해 있을 때 만득이가 외쳤다. 


"도착했습니다. 여권 확인하겠습니다!!"


응? 여권? 정글투어하는데 왠 여권? 다들 의아해 하면서도 가방을 주섬주섬 뒤지고 있을때 만득이가 다시 외쳤다.


"농담이에요~" 



배가 선착장에 도착하나 관광객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선착장에는 차모르 원주민이 전통 복장(펜티만 입음)을 입고 관광객들을 맞이했다. 내린 곳은 차모르 원주민의 생활 모습을 살펴볼 수 있도록 꾸며 놓은 곳인데 우리나라의 민속촌 같은 곳이라 보면 된다. 물론 민속촌 처럼 크지 않다. 집 몇 채가 있는 게 전부이다. 민속촌 같이 다양한 체험이 있고 볼거리가 있을 거라 기대하고 왔다면 실망할 수 있는데, 우리는 철저히 아이들 눈에서 괜찮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


만득이가 원주민이 거주했던 오두막을 안내해주고 원주민과 기념 촬영을 하라고 한다. 물론 기념 촬영은 돈을 내야 한다. 자유롭게 찍어도 되고 안 찍어도 되는데 아이들과 온 관광객들은 대부분 찍는다. 얼마 하지도 않으니 찍는 것도 나름 나쁘지 않을듯해서 우리도 한 컷 찍어보았다.



사진을 찍은 뒤 오두막과 주변에 있는 화강암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는 하민이가 눈에 띄었다. 혹시나 하고 화강암에 대해 설명을 해주려고 하니 하민이가 오히려 나에게 설명을 해준다.


"화석(?)이 굳어져서 모양이 없어지고 이런걸로 만들었어요"


무슨 말이지는 모르겠지만 대략 화산이 폭발해서 굳어지고 다듬어져서 지금 모양의 돌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인듯하다. 어디서 배운 모양이다. 내가 어렸을 땐 그런거 몰랐는데 요즘 애들은 참 배움도 빠르고 아는 것도 많다. 



뒤이어 옛날 사람은 불을 어떻게 피웠는지 퀴즈를 내보았다. 뜬금없지만 불 붙이는 방법을 설명하라고 한 이유는 이후에 원주민이 직접 옛날 방식으로 불을 피우는 체험을 조금 있다가 할 예정이라 미리 예습차원에서 질문을 던져보았다. 이번에는 하겸이가 설명을 한다. 하민이 보다 한 살 많다고 제대로 설명을 해준다.


"나무가지를 X자로 이렇게 해서 이렇게 하면...(불이 붙어요)"


한참을 이곳 저곳을 살피고 있을 때 만득이가 관광객들을 부르고 다시 길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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