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플래드론 Sep 27. 2018

우리 가족 첫 해외여행_괌에서의 네 번째 이야기

괌 정글리버투어

만득이가 관광객들을 이끌고 안내한 곳은 아주 자그마한 마을이었다. 여기 마을은 현지인들이 직접 거주하는 곳은 아니고 아마 관광용으로 개조를 해서 마을처럼 꾸며 놓은 곳이다. 관광객들을 한곳에 앉혀놓고 만득이가 이곳을 설명하면서 코코넛 음료와 코코넛을 조각을 보여주며 먹으라고 권했다.


태어나서 처음 맛본 코코넛 음료의 맛을 하겸이에게 물어보았다.


"하겸아 코코넛 주스 맛이 어때?"
"으아... 맛 없어..."



코코넛 음료 맛은 단 맛이 빠진 이온음료 맛인데 아이들에게는 별로인 모양이다. 이어 코코넛 조각을 하민이에게 맛 보여주었더니.. 바로 뱉는다. 아무 맛도 안 나니 아이들이 뱉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갑자기 만득이가 관광객 중에 아이들만 나오라고 손짓을 한다. 이유인즉 기념품(코코넛 잎으로 만든 수공예품)을 선물로 준다며 가위바위보를 하라고 한다. 부모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이기고자 눈 빛이 강렬하다. 하민이가 결승까지 올라갔지만 결승에서 졌다. 하지만 1위 한 아이가 다행히 하민이가 원했던 물건을 가지고 가지 않아서 하민이는 자기가 원했던 물건을 가지고 올 수 있었다. 사실 가위바위보 게임은 그냥 재미를 위해 한 것이고 참석한 아이들에게 다 골고루 선물을 나누어 주었다. 



코코넛 음료 먹고 간단한 게임도 한 만득이가 관광객에게 코코넛 열매 털로 불을 붙여보는 불 쇼를 보여 준다고 잎을 흔들며 시선을 끈다. 맨 앞에 앉은 할 겸 이 앞에서 만득이가 나뭇가지를 이용해 마찰로 불씨를 만들더니 코코넛 열매 털을 넣어 불을 붙였다. 하겸이의 입이 다물어 지질 않는다. 평소 책으로만 불씨 만드는 걸 봤던 하겸이는 이게 실제로 눈앞에 벌어지는 모습을 보니 무척이나 신기해 보였던 모양이다.


열심히 불씨를 만든 만득이는 야자수 잎에 불을 붙이더니 열매 털 뭉치에 불씨를 옮겼다. 그랬더니 갑자기 불이 커지면서 화려한 불쇼가 진행되었다. 함께 있던 아이들과 관광객들은 박수와 함께 환호성을 질렀다.

관광객들이 화려한(?) 불쇼를 보고 자유롭게 마을 이곳 저곳을 구경하러 자리를 비우는 사이 하겸이가 앞으로 나와 이야기 했다.



"나도 해볼래요"

대략난감이다. 불 쇼는 따로 체험이 있는 게 아니라 그냥 구경만 하는 건데.. 혹시나 하고 만득이에게 부탁을 했다. 한국어를 어느 정도 할 줄 알기 때문에 아이가 너무 하고 싶어 하니 해봐도 되냐고.. 만득이는 흔쾌히 하라고 불붙이기 나무들을 내어주었다. 나무들을 받고 기쁜 마음도 잠시 아무리 해도 연기는 안 난다. 옆에서 보던 만득이가 안쓰러운지 하겸이를 안고 다시 시도해보았다. 역시 전문가의 손길은 달랐다. 몇 번의 마찰로 연기도 나오고 불꽃도 튀었다. 


불꽃이 나오는 걸 확인한 만득이는 자리를 떴다. 하겸이는 불꽃이 나오고 그 불꽃으로 불 붙이는 것까지 해보고 싶었던 모양인데, 위험해서 여기까지만 체험을 하고 마을을 구경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결국 그 자리에서 대성통곡을 하는 하겸이.. 달래고 달래고 겨우 진정될 무렵 우리 가족은 관광객들이 이동한 마을 구석으로 이동을 했다. 




그곳엔 각종 가축들이 있는데 괌에 서식하고 있는 코코넛 그랩, 소, 닭 등이 있는데 팁을 주면 소를 타고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준다. 아직 울음을 그치지 않은 하겸이는 다른 거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시 선착장에 도착한 뒤 배는 처음 출발했던 곳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10여 분 배를 타고 처음 출발한 선착장에 도착한 뒤 사무실로 들어가 업체에서 제공하는 시원한 슬러시 음료를 주었다. 시원한 음료수를 한 모금 마신 뒤 기분이 좋아졌는지 하겸이는 어느새 하민이랑 신나게 장난치기 여념 없다.


숙소에 가는 버스레 오른 뒤 어느새 깊은 잠에 빠진 아이들.. 어른들도 너 나 할 것 없이 잠이 들었다. 나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아쉬움을 달래고 있었다. 사실 정글리버크루즈 여행이 이번 괌 여행 일정의 마지막이었기 때문에 뭔가 아쉬웠었다. 괌에 도착하기 전에 리티디안 해변의 존재를 알고 있었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오늘 리티디안 해변 상황을 체크해 볼 요량이었다. 리티디안 해변은 날씨 영향을 많이 받아 오픈할지 안 할지 당일에서야 확인 가능하기 때문에 일정에서는 뺐었고 오후 3시 30분이면 해변 출입구를 봉쇄하기 때문에 일정이 빠듯할 것 같아 공식적인 일정에는 뺐었다. 


그래서 괌 커뮤니티에 보니 오전 중에 리티디안 해변을 다녀온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시간을 보니 12시 30분이라 숙소인 PIC에 도착을 하면 대략 1시 30분에 도착할 것 같았고 리티디안 해변까지 40분 걸리니 1시간 조금 넘게 리티디안에서 놀 수 있을 것 같았다.


자고 있던 가족들을 깨웠다. 저녁 시간까지 조금 여유가 있고 잠깐이라도 리티디안을 가볼 생각이 있는지. 가족들은 흔쾌히 가보자고 의견을 주었다. 점심은 PIC 건너편에 있는 밥버거 집을 이용해 차에서 먹기로 했다.

드디어 버스가 숙소에 도착하자 우리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리티디안 방문 모드로 변신해 각자가 맡은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다. 와이프는 길 건너 밥버거 집에서 점심을 사 오기로 하고, 처남은 외부 주차장에 주차해있던 렌터카를 가지고 오고, 나는 숙소에 들어가서 수건과 수영복 등을 챙겨왔다. 이렇게 서둘렀던 이유는 리티디안의 경우 3시 30분이면 출입문을 봉쇄하기 때문이다. 오후 1시 40분, 부랴부랴 준비를 마친 뒤 호텔 주차장에 집결한 우리들은 한 무리의 전사처럼 준비를 하고 내 인생 최고의 해변이 된 리티디안을 향해 출발했다.



이전 03화 우리 가족 첫 해외여행_괌에서의 세번째 이야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