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습자지처럼 잉크의 촉으로 써 내린 낱말을 곧이곧대로 순수하게 흡수하는 때가 있다. 어른의 발자취를 따르며 칭찬에 목마른 그때는 칭찬이 아닌 말에도 춤출 준비가 된 그때는 분홍신을 벗지 못하고 아프게 춤을 출 것이다. 칭찬이라고 하지만 칭찬이 아닐 수도 있는 가볍고 무책임한 말에 아이가 상처 입을까 봐 두서없이 지껄이는 어른의 말들이 두려워졌다.
목련이 진 나무밑을 지나갈 때였다
"이 나무는 얼마 전까지 꽃이 피어있었어.
봄에 피는 가장 화려하고 큰 순백의 꽃
이중에 이 꽃의 이름을 맞혀볼 사람?"
"목련!" 목소리에 자랑스러움이 넘쳤다
"맞아, 목련이 정답이야. 눈치가 빠르네."
칭찬일지도 모를 말이 귓등을 스쳤다
"눈치가 빠르다니 저 말이 칭찬인가?"
친구가 무언가 잘못됐다고 나에게 말했다.
칭찬이 아이의 발목을 잡아채는 느낌이라고
정답을 남보다 먼저 알게 된 것이
똑똑하고 현명하고 지혜로와서가 아니라
눈치를 잘 봐서 먼저 알게 되었다는 그 말
어른의 칭찬이 그 아이를 따라다니며
지식은 지혜가 아니라 한낯 눈칫밥이라면
상대의 눈치를 살피다 자기 존재는 잊고, 아이는
어둠 속 불안한 기회주의자가 될지도 모른다
그게 아이의 미래가 될까 봐 두려워졌다
칭찬의 밑거름이 아이를 망칠까 두려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