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의 망나니 바람이
동백꽃 위에서 춤춘다
어릴 땐 믿는 것이
가장 쉬운 일이라 생각했다
배신의 쓴 맛을 먹고 자라면
이 세상 그 무엇도
믿을 수 없어 괴롭다
뒤집힌 것을 뒤집는
두 배의 고통으로
믿는 것을 부정한다
하지만 믿을 수 있어서가 아니라
기꺼이 믿어버리는 위대함이
신념의 이상향을 만든다.
절두산 순교자의 피눈물이
동백의 넋에 깃들었다
툭! 제 목을 기꺼이
아케론 강물에 바친
때로는 죽음이 하나의 밀알
가장 숭고한 생명의 개화(開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