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면동 주민이 되고 나서
서초구 우면동으로 이사 온 지 두 달이 다 되어간다. 이곳으로 이사 오게 된 이유는 우면동에 있는 회사 때문이다. 이사오기 전에는 회사를 다니면서 개인 공부를 하려다 보니, 출퇴근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마침 우면동에 괜찮은 매물이 나와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이곳 우면동은 자연과 어우러진 곳이다. 우리 집에서 한 블록 뒤에는 산이 있다. 그래서인지 집에 있다 보면 온갖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새소리가 들린다는 것은, 아직은 자연이 파괴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새소리는 아무리 시끄러워도 그리 거슬리지 않는다. 또 우리 집에서 도보 3분 거리에는 양재천이 있다. 양재천에 가면 오리 가족을 볼 수 있다. 대여섯 마리쯤 되는 오리들은 가끔 산책로로 올라오기도 한다. 그러다 사람이 다가오면, 후다닥 다시 천으로 뒤뚱뒤뚱 뛰어가는데, 그 모습을 보면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오리들은 비둘기 등 다른 새들과 함께 있을 때도 많은데, 아마도 그 위치에 먹이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같은 먹이를 공유하면서도 싸우지 않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처럼 보인다. 양재천을 넘어가면 서초문화예술공원과, 좀 더 먼 거리에 매헌시민의 숲이 있다. 숲을 채우고 있는 곧고 길게 뻗은 나무들은 정말 멋지다. "멋지다"라는 말은 그 나무들에게 정말 잘 어울린다. 이 숲들은 서울숲만큼 넓고 잘 조성되어 있는데, 아무래도 접근성 때문인지 갈 때마다 한산한 편이다. 그래서 조용하게 산책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우면동은 메밀국수 요리를 먹기 좋은 곳이다. 메밀 막국수와, 메밀 소바를 파는 가게들이 유난히 많은 편인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나도 궁금하다. 가끔 우면동을 서울의 봉평으로 불러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좋아하는 가게는 봉평메밀막국수, 우면동소바, 미우야 등이다. 혹시나 우면동에 올 일이 있으시다면 드셔보시길. 나는 따뜻한 국수를 좋아하는데, 우면동소바에 가면 온소바를 먹을 수 있어서 좋다. 또 만두를 좋아하기 때문에 봉평메밀막국수에 가면 메밀만두도 주문하는 편이다.
우면동에는 다른 번화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가게들은 없는 편이다. 우리 집 주변의 카페는 대부분이 개인 카페이고, 프랜차이즈라면 이디야 커피가 하나 있다. 다이소는 없고, 슈퍼마켓이 두 개 있다. 맥도널드나 롯데리아는 없지만 테임디쉬라는 작은 수제버거 가게가 있다. 코인노래방도 없다. 생활하다 보면 이러한 점이 가끔 아쉬울 때가 있다. 하지만 필요한 것은 온라인으로도 주문할 수 있기 때문에, 큰 불편함은 아니다.
앞서 말한 우면동의 특징들은 우면동이 강남역에서 버스로 20분 거리에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나에게는 꽤 신기하게 느껴진다. 이런 시골 읍내 같은 곳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조금만 나가면 엄청난 빌딩 숲을 볼 수 있다. 우면동에 얼마나 오래 살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면동의 소박한 모습이 시간이 흐른 뒤에도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난 지금의 우면동도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