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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한다는 건,

by 맛술

한때, 누군가를 미워하는 감정에 사로잡힌 적이 있었다. 나는 미움을 정당화할 수 있는 이유를 찾아 머릿속을 끊임없이 헤맸다. 그 시간은 스스로를 가둔 감옥과도 같았다.


등원을 시키고 평온하게 혼밥을 즐기고 있었다. 여름이라 밥 냄새를 맡고 날아온 날파리들이 내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위이이잉— 고요를 깨며 날아드는 날파리를 잡으려 식탁을 세게 내리쳤지만, 작고 재빠른 날파리는 금세 달아났다. 다시 젓가락을 들자 또 한 마리, 또 한 마리.

짜증과 분노가 뒤엉켜 못된 마음이 솟구쳤다. 그때 눈앞에 까만 점이 아른거렸다. 살충의 충동에 주먹을 힘껏 쥐었다.

“잡았다! …아앗.”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바짝 깎은 뭉툭한 손톱이었지만, 못된 마음으로 꽉 쥔 주먹은 오히려 나를 깊이 베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미워하는 건 나를 더 아프게 한다는 것을.

꽉 쥔 손을 폈다. 먹은 자리를 정돈하고 귀찮게 하던 날파리가 가득했던 쓰레기통을 비우고 나니 오랜만에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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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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