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봉 Oct 24. 2020

철수와 영희


만나볼까요 우리

아주 진부하긴 하지만

철수와 영희의 이름으로

뻔하게

틀에 박힌 모습으로


철수는 영희와

평생을 중력가속도나 소금물의 농도 따위를 계산하는 삶

틀리는 날이 많아서 지우개가 습관인 삶이더라도

결국 교과서는 끝장을 볼 것입니다


영희는 철수와

손을 맞잡으면 무엇이든 하고

발을 맞추면 어디든 갈수 있다는

믿음이나

태생적으로 특출난 것은 없지만

일생에 한 번쯤은 특출날 것이란

기대를

가지기도 할 것입니다


철수와 영희는

오래 일하고 착실하게 모으면

아이를

낳아

기르고

집을

살 수도 있을 것이란

믿음

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설령 믿음에만 그친다고 하더라도


철수와 영희는

살 것입니다

진부하게

틀에 박힌 모습으로

사랑하고

꿈도

꿀 것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어떤 방역공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