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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봉 Mar 17. 2019

3월 15일 일기

-취한시인의 밤

   밤 8시 13분 전화가 와서 약간 취한 목소리로 이 시인은 “어디냐, 고모네로 와라”. 저녁 약속이 있어서 11시 반을 넘기고도 못가니 11시 47분에 다시 전화를 걸어서 이미 목소리는 비틀려서는 “어디냐, 빨리와라” 택시가 안 잡혀서 12시 20분이나 되어서야 그 술집에 도착하니, 이제는 아주 취한 목소리로 나를 바라보다가 “안경을 벗어라 눈이 작아졌구나” “자현이가 왔구나” “네놈이 기자냐”하면서 손뼉을 짝짝짝 치면 나는 “교수님 머리를 자르셨나요 어딘지 달라졌는데” 우리는 맥락에 없는 말을 했다. 


-취한 시인이 반갑다고 반갑다고 이놈아 이놈 내 머리칼을 쥐어뜯네. (아니 왜 취해서만 부르시나요) 부끄러워서 그렇지. 술만 먹으면 호방해지는 시인은 내일도 이 호방함의 출처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가 오늘 밤 외로웁다고 말하네 안식년이 왔다고 하네 오늘은 내가 떠난 학교 앞 자취방에서 이 남자가 자고 싶다고 하네 그렇게도 와서 주무시고 가실래요 말할 때 웃기만 하던 당신이 오늘은 왜 이사를 가버렸냐고 하네. 나쁜놈들이 술집에 우리가 자주 가는 술집에 들락날락해서 화가 난다고 어리광을 하네 같이 먹던 사람들이 집에 가야한다고 밤이 늦었다고 하나둘 시인을 도망하네. 어쩐지 환영받지 못하고 캄캄한 새벽에 슬픈 아버지 여기에 있네, 그가 외로운데 나는 어쩔 줄을 모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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