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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 Feb 07. 2024

시간에 대해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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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하루 중 잠을 자며 보내는 시간이 너무 많아졌다. 사실 “너무” 많아졌다고 말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지나치다. 겨울이 되면 자연스레 뜨끈한 이불속을 벗어나니가 힘들어지기는 하지만 어제만 해도 대략 열여섯 시간을 꿈속에서 헤매었으니, 단순히 겨울이라 그래,라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무언가 꺼림칙하긴 하다.


물론 이렇게까지 잠을 많이 자게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지난주 갑작스레 나를 찾아온 독감의 잔해라고나 할까. 지난 주말은 약 먹고 자고 약 먹고 자고의 반복이었던 터라 하루 중 눈을 뜨고 보낸 시간이 채 네 시간도 되지 않는다.


잠을 잤다기보다는 약 기운에 취해 의식을 잃었다고 말하는 게 조금 더 정확한 표현일 테지만, 어쨌든, 하루에 스무 시간가량을 잠자며 보낸 주말을 지나 평일이 되었을 때는 정말 딱 죽고 싶은 마음이었다. 12월, 휴가 하나 남겨놓지 못한 방탕한 직장인은 독감 바이러스와 함께 회사에 나가야만 했고, 뇌가 녹는듯한 고열과 정신을 잃을 듯한 약 기운 중 하나를 선택하여 회사에서의 8시간을 버텨내야만 했다. 나의 선택은 당연하게도 졸음과의 전투였고, 힘겹게 담아둔 졸음을 책상에 와르르 쏟아낼 수 있는 점심시간만이 유일한 숨구멍이었다.


그렇게 일주일의 절반쯤을 흘려보내고 나니, 내게서 떠날 채비를 마친 독감 바이러스와는 달리, 이상하게도 졸음만은 내 몸에 찰싹 달라붙어 떨이지질 않았다. 덕분에 매일 아침 힘겹게 일어나 늦은 출근으로 하루를 기분 나쁘게 시작해야 했고, 12시면 배고픔이고 뭐고 책상에 얼굴을 파묻기 일쑤였다. 그리고 다시 맞이한 주말은 앞서 이야기했듯 16시간의 수면 상태와 8시간의 가수면 상태로 몽롱한 하루를 보냈다. 그래서 무슨서점 사장님께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모임에 가야겠다고. 이대로 가다간 내 24시간이 잠에 잠식당할 것만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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