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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 Feb 07. 2024

새해에 대해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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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친한 친구가 유산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임신하기를 너무나도 오랫동안 바라왔던 친구였기에, 메시지를 받은 순간 숨이 멎는 기분이었다. 힘내라는 말도, 금방 또 좋은 소식이 있을 거라는 말도, 상처가 될 것만 같아서 메시지 입력란의 깜빡이는 커서만 한참을 쳐다봤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드라마에서 산부인과 전문의인 양석형 교수가 유산한 산모를 위로하며 했던 말이 떠올랐다. 유산은 산모님이 뭘 잘못해서 생기는 일이 아니라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친구에게 똑같은 말을 전해주고 싶었다.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오래 기다린 만큼 많이 힘들겠지만, 자책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새해라서 아픈 소식이 더 사무쳤을 친구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오늘이 7월 23일 같이 아무 의미도 없는 날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그랬다면 조금은 덜 아프지 않았을까 하는 미련한 생각에.


친구가 2024년 1월을 2023년의 13월처럼 살았으면 좋겠다. 아픔은 헌 해에 묻어두고 조금은 가볍게 새 해를 맞이했으면 좋겠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아이를 잃은 마음을 나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나는 뱃속의 아기보다는 내 친구가 행복했으면 좋겠으니까.


2024년 1월 6일 밤, 새해 소원을 빌었다. 떠나간 아기 천사가 편안하기를, 그리고 친구에게는 곧 좋은 소식이 찾아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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