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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 May 07. 2024

최선

애쓰는밤 240502

수년 전 여름, 내가 최선을 다하고 있던 때가 떠오릅니다. 지독히도 더웠던 8월, 엄마가 입원해 있던 호스피스 병원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지금 오셔야 할 것 같다, 혹시 오시는 데 얼마나 걸리시겠냐, 어머님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라면서요. 그렇게 병원으로 달려가길 수차례. 첫날보다는 둘째날, 둘째날보다는 셋째날, 제 걸음은 조금씩 느려졌었습니다.


엄마가 호스피스 병원으로 옮겨지기 전날 밤, 동생은 저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누나, 우리 너무 쉽게 포기하는 건 아닐까, 내가 검사받고 엄마한테 간 떼줄까, 나 대출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우리 그렇게 해야 되는 거 아닐까, 우리 지금 옳은 결정을 하고 있는 게 맞을까.


저는 가로등이 비치지 않는 골목에 서서 한참 동안 동생의 메시지를 읽고 또 읽었습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고민했습니다. 저는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이런 결정도, 엄마도, 나도.


답장을 보냈습니다. 나도 고민 안 해본 건 아니야, 하지만 너도 알잖아, 그 다음이 어떨지, 대출? 받을 수 있지, 간도 떼줄 수 있어, 그러면 그 다음은? 너 엄마가 네 간 달고 술 마시러 다니는 거 두고 볼 수 있겠어? 난 못해. 난 우리가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해. 우리 최선을 다했잖아. 죄책감 갖지 말자.


그날의 대화가 어떻게 마무리됐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 말들이 평생 제 간 한쪽에 딱딱하게 굳어진 채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건 알 수 있었죠.

 

저는 최선을 다한 게 맞을까요? 아마도 다들 그렇다고 말해주겠죠. 그 말이 듣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날밤 제 동생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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