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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제 Jan 08. 2020

04. ‘돈이 없어도 누릴 수만 있다면 괜찮아'

돈보다 시간이 중요했던 나, 에어비앤비체험을 만나다.

밀레니얼 세대는 에어비앤비체험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에서 2000년대 사이 출생한 세대를 주로 일컫는다. 이들은 소유보다는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무엇을 갖고 있는지’보다 ‘무엇을 경험했는지’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한다. 따라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여행은 밀레니얼 세대에게 중요하다. 2018년에 밀레니얼 세대의 여행, 숙박에 관한 인식조사에서 밀레니얼세대 1,000명 중 98%는 1년에 최소 1회 이상 국내여행을 떠나고, 79%는 해외여행을 떠난다고 응답했다.


밀레니얼세대는 단순한 경험이 아니라 신선한 경험을 원한다. 일례로 밀레니얼세대를 중심으로 일어난 '뉴트로(New-tro)'는 이러한 밀레니얼 세대의 성향을 잘 보여준다. 과거를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가 과거의 것들에 낯설지만 새로운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여행에 있어서도 밀레니얼세대는 신선함을 찾는다. 관광지들은 지나친 상업화로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특색이 사라지고, 천편일률적으로 되어 가고 있다. 명동거리에서 볼 수 있는 화장품 가게, 음식점, 카페들은 홍대나 동대문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밀레니얼세대는 이제 이런 진부하고, 뻔한 관광지를 거부한다. 대신 이들은 투박하지만 날 것을 경험을 하기 위해 현지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간다. 이 점은 현지인이 기획하고 진행하는 액티비티인 ‘에어비앤비체험’에 수요로 이어진다. 


에어비앤비체험은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의미하는 ‘가심비’를 추구하는 밀레니얼세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밀레니얼세대는 금융위기 이후 사회에 진출해 소득이 적기 때문에 공유 서비스를 활용하거나 저렴한 가격으로 일상 속 작은 사치를 누리려 한다. 더불어 밀레니얼세대는 한 분야에 깊이 빠진 사람을 의미하는 ‘덕질 문화’를 양산하는 만큼 자기표현과 취향이 확실하다. 이러한 밀레니얼세대에게 에어비앤비체험은 가심비와 취향을 저격할 수 있는 수많은 체험콘텐츠를 제공한다. 서울체험을 검색해 보면 ‘메이크업’, ‘젓가락 만들기’, ‘나만의 향수 만들기’, ‘쌀강정 만들기’ 등 수많은 체험들이 현지인이 사는 곳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체험 가격은 적게는 15,000원~80,000원 사이 다양한 가격대로 밀레니얼세대들의 취향과 경제적 상황에 따라 가격을 선택할 수 있다. 


에어비앤비체험은 평균 2~4시간 당일로 운영되는 체험프로그램이다. 짧은 시간 동안 진행되는 에어비앤비체험은 무엇이든 금방 흥미를 잃어버리고 지루해하는 밀레니얼세대를 위한 여행 방식을 제공한다. 이들은 모바일과 디지털 콘텐츠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로 짧고 단편적인 것들에는 몰두를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지속되는 일을 회피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렇다면 1박 이상의 일정으로 구성된 에어비앤비 어드밴처도 밀레니얼세대의 특징을 잘 반영할까? 물론, 에어비앤비체험에 비해 에어비앤비 어드밴처는 상대적으로 긴 여행 일정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최고 평점의 에어비앤비 어드밴처’ 콘텐츠 98개를 살펴보면 에어비앤비 어드밴처 역시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 운영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수가 1박 2일과 2박 3일인 어드밴처는 각각 39개였다. 이는 80% 어드밴처가 2박 이내의 프로그램 일정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존 패키지 투어가 평균 3박 4일로 구성된다는 점으로 미루어볼 때, 에어비앤비 어드밴처는 밀레니얼세대의 취향을 잘 반영한다고 말할 수 있다.


밀레니얼세대는 친환경·윤리적이고 가치 있는 소비를 위해 노력하는 세대이다. 이들은 소유를 하는 것보다 기존의 물건을 함께 공유하고 일회용품 사용을 지향하고 텀블러나 다회용품을 사용하거나 재활용을 일상화한다. 에어비앤비체험은 밀레니얼세대의 친환경적 성향을 적극 반영한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진행되고 있는 <먹고 기도하고, 재활용하기: 친환경투어>를 통해 게스트는 친환경 운동에 동참하기도 하고 서울에서 운영되는 <야간 요새 하이킹&전통의 맛>에서 게스트는 호스트의 안내에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선에서 하이킹을 자연을 즐긴다. 또한 최근 에어비앤비는 동물과 교감할 수 있는 새로운 체험 카테고리를 론칭했다. 동물과 함께 하는 체험은 동물과 교감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고, 동물 복지 정책을 준수하여, 전형적인 동물 관광상품과는 달리 책임감 있는 방식으로 동물을 만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 사회공헌 체험을 통해 예약금 전액을 비영리 단체에 기부할 수도 있다. 


밀레니얼세대는 에어비앤비체험의 공급을 견인하는 호스트 역할을 담당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고용불안으로 인해 안정된 직장을 찾기 어려워졌다. 특히 한국 밀레니얼세대는 고용불안을 벗어나기 위해 크게 두 가지 선택을 한다. 첫 번째 선택은 공무원이 되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다. 안정된 직장을 위해 피 말리는 경쟁을 하는 것이다. 두 번째 선택은 직장을 다니면서 ‘언제 잘릴지 모르니’ 영어학원을 다니거나 부업을 한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여 밀레니얼세대는 자기 계발에 집중하고 돈을 추가로 벌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다. 또한, 밀레니얼세대는 현 구직 형태에 대해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다. ‘딜로이트 컨설팅, 밀레니얼 서베이’에 따르면 한국 밀레니얼 세대 전체 응답자 중 52%가 ‘2년 이내에 현 직장을 떠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들은 상사나 직장동료와의 관계에 대한 회의나 효율적이지 않는 업무환경 그리고 낮은 임금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사업을 하기를 원한다.


에어비앤비체험은 밀레니얼세대가 직면하고 있는 불안정한 고용상황과 구직 형태의 불만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실직으로 인해 돈을 못 벌 수도 있는 상황에 대비하거나 본업의 수입이 적어 추가 수익이 필요할 경우 에어비앤비체험은 훌륭한 부업 또는 투잡이 된다. 또한, 언어 회화능력만 갖추고 있다면, 무자본으로 숙소 없이 호스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밀레니얼세대들이 에어비앤비체험 호스팅을 진행하고 있다. 에어비앤비체험뿐만 아니라 밀레니얼세대의 공유경제 플랫폼 참여는 이미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영국의 중앙행정기관인 기업·에너지·산업 전략부(BEIS)에 따르면 영국의 6,500만 인구 중 5%에 육박하는 300여만 명이 2017년 한 해 동안 공유 경제 플랫폼을 통해 노동을 제공한다. 이 중 과분수가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과반수(56%)가 18~34세의 젊은 층 또는 밀레니얼 세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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