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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 Sep 24. 2019

02. 나의 작은 강아지

언제나, 항상

나의 작은 강아지.

 

맞는 슬링백(반려견 이동이 가능한 어깨에 맬 수 있는 가방)도 없는데 ‘작은’이라고 표현해도 되려나?

내 커다랗고 통통한 몸에 비하면 한없이 작고, 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귀여우니 크기의 분류야 어떻게 되던 나는 이 녀석을 ‘나의 작은 강아지라고 부르련다. 이 ‘나의 작은 강아지’녀석은 사실 나이도 꽤나 많아 이제는 ‘강아지’라고 부르기도 뭐하지만 아직도 제 손으로 세수도 못하고 떨어지는 똥도 줍지 못하니 나한테는 영원한 애기 ‘강아지’이다.


이 녀석은 참 지독히 나쁘게도 처음 집에 왔을 때부터 치명적인 장염으로 죽을고비를 넘기며 고생을 시키더니  평생을 온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며 장난질을 하고, 몇 년 전 실명을 하고 나서도 길거리에 남이 씹다 뱉은 껌 따위를 주워 먹으며, 디스크에 걸려 제대로 걷지도 못하면서도 매일 산책을 가자며 짖고 울더니, 이제는 온갖 검사로도 원인을 찾을 수 없고, 치료법도 없는 난치병에 걸려 종일 누워만 지내며 고생을 시킨다.


반려견을 잘 데려오는 법과 잘 키우는 법에 대해서는 수많은 영상과 글, 조언들을 알려주었지만 이것이 진짜 현실적으로 얼마나 힘든 일인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준 적이 없다.


 또 이녀석들이 걸릴 수 있는 질병이 얼마나 많은지(당신이 상상도 못했던 많은 병에 크게 작게 걸린다)와 ‘잘’ 먹이고, ‘잘’ 키우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정말이지 엄청난!!) 돈과 시간이 필요한지는 더더욱.


특히 ‘나의 작은 강아지’를 데려오던 옛날에는 ‘반려견’이라는 개념도 없이 그저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어린이날이나 크리스마스가 되면 친구들의 집에 강아지가 한 마리씩 생기는 일들이 일어나곤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다수 아이들의 강아지는 자꾸만 시골에 갔다.

 

반려견과 책임감에 대한 얘기들이 좀 더 강조된 지금에도 사실 주변에 술만 마시면 강아지를 사 오고 어느 순간 없어지는 어떤 지인의 이야기나 학기가 끝나면 유기견이 늘어나는 근처 대학가, 이사 간 자리에 혼자 남아 가족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녀석들의 이야기를 듣고 접하게 되는 것은 여전하다.


 ‘강아지’ ‘개’ ‘애견’ ‘반려견’ 그 이름이 아무리 바뀌어도 보기만 해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녀석들은 한밤 중에 이유 없이 울거나 짖으며 당신과 이웃을 끔찍하게 괴롭히기도 하고, 갑작스레 아프면서 마트에서는 1+1을 고집하는 당신의 지갑, 월급뿐 아니라 적금과 모아둔 전재산 저금통의 동전까지 탈탈 털어 보태야 할 0이 도대체 몇 개 인지도 모를 병원비를 내게 만들기도 하고, 무지개다리를 건너며 당신의 가슴을 찢어 놓기도 할 것이다.


 눈도 보이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힘들어하는 (다행히 아직까지는) 네발 달린 ‘나의 작은 강아지’

 오늘도 아침 일찍 일어나 사료와 밥을 믹서기에 갈아 한 손으로 고개를 받쳐 밥을 먹인 후 패드에 눕혀 방광을 눌러 오줌을 누게 해 주고, 운동량이 부족해 변비에 걸려 사과를 갈아 주사기로 먹이고, 다리에 힘이 없어 누워서 하루 한번 항문을 눌러 똥을 누게 해줘야 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발작으로 온 가족들을 뜬눈으로 밤새게 하는 ‘나의 작은 강아지’


 사람이라면 10년 넘게 키우면 혼자 옷도 입고, 화장실도 가고, 밥도 먹었을 텐데 아직도 내가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평생 자라지 않는 영원한 애기인 ‘나의 작은 강아지’


 마비되어 움직이지도 못하는 몸으로 내 품에서 자고 싶어 울고 외출하고 오면 고개를 간신히 들어 내게 입을 맞추는, 함께 보내는 하루하루가 너무나 간절한 나의 소중한 아가. 사랑한다 정ㅁ... 지금 마루에 오줌 싸는거니...? 여기 월세야 아가야. 마루 다 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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